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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 OLED TV의 무덤 될까? 밝기에 따른 수명 단축 논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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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 OLED TV의 무덤 될까? 밝기에 따른 수명 단축 논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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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OLED TV의 화면이 참 마음에 든다. 마치 1970년대 길가에서 보던, 검은 벨벳에 그려놓은 그림을 연상시키는 화면이다. 물론 그렇다고 LCD TV가 훌륭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양자점(Quantum Dot)을 이용해 훌륭한 화면을 구사하는 LCD TV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LCD 수명과 함께 다른 자리에서 다뤄야 할 주제이다.

여기서는 필자의 이런 OLED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OLED 부품에도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살펴본다.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HDR이 OLED의 수명을 단축시킬 것은 분명하다고 관련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다행히도 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확한 OLED의 수명

2016년 www.flatpanelhds.com에서 LG의 주장을 다뤘던 이후 필자는 OLED 수명에 대한 걱정을 멈추었다. LG는 자사의 OLED TV 수명이 10만 시간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10만 시간 동안 밝기가 50% 가량 감소하는 등 서서히 성능의 변화를 경험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시간씩 10년 동안 TV를 볼 수 있다는 점, 30~50% 수준의 밝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구매자들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밝기를 50% 가량 줄이면 티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용인해 줄 수 있는 수준 이하이다. 그러나 OLED TV는 이러한 밝기 감소를 여러 가지 다른 기능들로 보완한다. 물론 OLED TV 수명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주장일 뿐이고, 아직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짜 문제는 LG의 10만 시간 주장이 HDR(High Dynamic Range) 시대보다 앞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HDR과 OLED는 어쩌면 양과 음의 관계와도 같은지도 모르겠다.

OLED는 밝기 범위에 대한 하한선이 LCD TV보다 훨씬 어둡기 때문에 HDR보다 한 발 먼저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OLED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으며, 밝기 범위의 상한선을 끌어 올리고 “HDR 효과”라 불리는 것을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징과 한계가 장기적으로 OLED TV의 화면 표현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재로써 확답을 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전류와 밝기, 그리고 수명
OLED의 밝기는 전류의 세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전류가 세지면 OLED 수명은 감소한다. 주변 환경의 온도도 영향을 미치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OLED가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열 방출이 적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가정하겠다.

필자는 LG, 소니, UDC(Universal Display Corporation, OLED 패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빛 방사체를 생산하는 회사) 등 여러 OLED 관련 업체에 OLED에 대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적어 보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마찬가지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답변을 해 준 곳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이 주제를 꺼내자 싸늘한 침묵만이 흐르며 대화가 단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OLED 협회는 OLED 부품 부식 보정 전문업체인 이그니스 이노베이션(Ignis Innovation Inc.)을 소개했다. 이그니스 이노베이션과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한 애널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그 동안 궁금했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에서 2016년 내놓은 논문은 OLED의 밝기 대 수명 논쟁에 대한, 조금은 관련성이 떨어지지만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8,300니트(nits, 제곱미터 당 칸델라 cd/m2로 표기된다)를 생성할 수 있는 OLED 발광 패널은 25% 밝기에서 4만 시간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75니트). 하지만 밝기를 100%로 해두었을 때는 1만 시간만 지속되었다(8,300니트). 이는 거의 400%가 감소한 것이다.

필자가 찾아 본 다른 논문들 역시 이러한 수명 감소가 직선적으로 이루어짐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만약 OLED 부품을 HDR에서 하듯 극단까지 밀어붙일 경우 이러한 수명 감소가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과 대략적 계산
업체들로부터는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몇 가지 있다. SDR(Standard Dynamic Range) 영상에서 소니의 브라비아 XBR65A1E OLED TV의 경우 최대 170니트를 출력해 낼 수 있음을 보았다. HDR 영상을 출력할 때는 밝기 영역에서 이 수치가 700니트까지 훌쩍 뛰어 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밝기가 400% 가량 증가했다. 어디서 많이 본 숫자 같지 않은가?.



700니트 화면 출력으로 인해 OLED가 기하급수적 퇴화를 경험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가정 하에 밝기를 4배 증가시키면 수명은 정상치의 25% 가량 줄어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 약간 억지 같기는 하지만 HDR이 디스플레이 전체에 고르게 적용되어 있다는 가정을 해 보겠다. 만약 고르지 않게 적용되어 있다면(실제로는 그렇다), OLED 디스플레이의 일부 영역은 다른 곳들보다 더 빠르게 퇴화할 것이다.

이런 ‘직선적 퇴화(linear decay)’ 가설에 따르면 10만 시간동안 최대 HDR 밝기를 사용할 경우 LT50(디스플레이의 밝기가 절반씩 퇴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칭하며, 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위이다)은 2만 5,000시간까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이는 번인(burn-in)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수명이 2만 5,000시간까지 줄어들면, 아무리 하루 24시간씩 3년을 구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도 상당히 짧은 수명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LT에서 5%만 감소해도(LT 95 수준) 그 변화가 눈에 띄는데, LT50은 오죽 하겠느냐고 말한다.
다행히도 일반적인 시청 시에는 HDR의 정점 밝기 영역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편이며, 화면 전체가 모두 정점 밝기 영역이 되는 일은 잘 없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정점 밝기(소니의 경우 700니트 정도)가 전체의 5% 정도 된다고 하고, 또 디스플레이 전반에 고르게 분포되어 나타난다고 해보자. 이는 시간 당 3분 정도씩 4배 가속된 퇴화가 전체 패널에 걸쳐 일어난다는 뜻이며, 다시 말해 패널의 수명에서 12분 가량이 추가적으로 더 빠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약 20% 정도의 감소일 뿐이고, 수명이 10만 시간에서 8만 시간으로 줄어드는 것뿐이다. 물론 이 자체로도 감소율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될 정도의 수명 단축은 아니다. 물론 이는 새 패널과 직선적 퇴화를 가정한 매우 단순한 예측치이다. 이러한 추가적 퇴화가 화면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줄지는 알 수 없다. 업체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디퍼런셜 에이징
필자의 이런 가설은 사실 밝기의 전반적 하락을 상정한 단순한 모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번인이나 이미지 스티킹(Image-Sticking), 이미지-리텐션(Image-Retention) 또는 디퍼런셜 에이징(Differential Aging)이라 불리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확장된 기간 동안 스크린 상의 같은 위치에서 렌더링이 발생할 때 문제가 된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주범은 TV 화면 코너에 등장하는 방송사 로고들이다. CNN이니 CNBC, AE같은 것들 말이다. 업체들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완화시키려고 하지만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모니터에서 발생한 번인 현상은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긴 하다. 공항의 디스플레이들은 항공편 정보를 하루 24시간,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출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주 빠르게 발생했다.

rtings.com은 실생활에서의 번인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rtings.com 테스트는 번인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테스트라는 점을 고려하자. 대부분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LG OLED를 5,000시간 가량 사용 후 보다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사용자 리포트도 있다. 이 테스트는 HDR에 대한 언급도 없으며, 전력 드로우를 측정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전력 소모, 퇴화 속도, 그리고 탈포화
미국 에너지부 보고서 및 기타 다른 보고서에서 언급한 또 다른 문제는 OLED 패널의 전력 소모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OLED 요소와 후면의 퇴화로 인한 것일 확률이 높다. 또한 일정 밝기를 유지하기 위해 전류를 증가시키는 것도 기여했을 것이다.

빨강과 초록, 파랑, 그리고 하얀색 OLED는 각기 다른 속도로 퇴화한다. 오늘날 OLED TV 패널은(모두 LG에서 제작하는 것들이다) OLED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진짜 파랑, 빨강, 초록 OLED 서브픽셀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패널은 하얀색(대개 파랑과 노랑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서브픽셀과 빨강, 초록, 그리고 파랑색 필터를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규모 패널을 제작하고 퇴화를 레벨링하는 데에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필터가 빛을 차단하고 밝기를 낮춘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모든 픽셀에 서브 픽셀을 더해 밝기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어떤 색이든 하얀 색을 더하면 밝아지는 동시에 가벼워진다. 그래서 결국 원하는 색의 선예도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탈포화(desaturation)라고 하며, 이는 퇴화와는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OLED나 HDR이 지닌 또 다른 문제점들 중 하나이다.

OLED TV 구매자의 우려
처음 CRT 컬러 TV의 튜브를 테스트하고 교체했던 때를 기억한다. 사용한 지 몇 년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CRT TV도, LCD TV도, OLED TV도 언젠가는 망가진다. 그 자체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지불한 ‘돈 값’을 충실히 했다면 말이다. 문제는 OLED TV 자체가 무척 비싼데다가 이처럼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뭔가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그 물건이 다른, 덜 비싼 대체재들보다도 빨리 망가질 것이라 기대하며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은 OLED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그 말 많던 홍보 담당자들이 갑자기 하나같이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돌아섰다는 점이다. 어쩌면 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닐까?

결국 현재 주어진 정보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가끔씩 TV로 영화나 한 편 정도 볼 뿐인 TV 미니멀리스트들에게는 HDR에 대한 더 높은 수요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OLED의 수명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OLED 화면의 순수에 가까운 검정색과 뛰어난 색 대비는 분명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양자점 TV의 가볍고 경쾌한 밝은 화면도 탐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양자점은 OLED만큼 고급스러운 벨벳 느낌의 검정색을 출력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하루 5시간 가량 TV를 보는, 보다 평균적인 TV 시청자라도 수명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루 종일 TV를 틀어놓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LED 백라이트 LCD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설명한 모든 내용 중 100% 확실한 사실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기 바란다. OLED의 역사 자체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고, HDR 컨텐츠의 역사는 그보다 더 짧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OLED TV를 디지털 액자나 보안 카메라용 모니터, 또는 공항의 항공편 정보 디스플레이로 사용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editor@itworld.co.kr

Jon L. Jacobi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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