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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이 미국 합창 공연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불안이 컸기 때문이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26일(현지시간) 캐나다의 ‘나이 키즈 합창단’이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세레나데! 코럴 페스티벌’ 참가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에서 주로 활동하는 ‘나이 키즈’는 5~15세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 6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단원 대다수가 2016년 이후 캐나다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의 아이들이다. 캐나다는 2015년 12월부터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였다.
나이 키즈 합창단은 당초 지난 25일 시작해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지는 페스티벌에 참가해 피날레 무대를 장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미국 방문에 불안해했다. 아이들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곤욕을 겪고 입국까지 거부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결국 합창단은 지난 25일 미국 방문을 포기했다. 합창단장 페이 탕은 이날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국경을 넘는데 대한 불안이 크다”면서 “미국 공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탕은 공연 주최 측의 초대를 받은 직후부터 앞서 미국을 방문했던 캐나다 공연자들과 여러차례 의논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연자들 가운데 몇몇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이름이 아랍식이라는 이유 등으로 미국 국경에서 구금되는 불쾌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합창단원들의 부모들도 몇몇 아이들이 과거에도 미국의 친척집을 방문하려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탕은 이날 현지일간 토론토스타 인터뷰에서 “우리 합창단 아이들은 노래로 캐나다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를 배우고, 노래의 힘으로 치유받고 있다. 미국 입국이 거부당하면 이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날 수 있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탕은 미국을 포기하는 대신 아이들의 합창을 촬영해 주최 측에 보내기로 했다. 촬영한 영상은 다음달 1일 케네디센터 공연현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합창단 아이들은 토론토에 모여 합창 영상이 상영되는 현장 모습을 단체관람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 3차·4차 반이민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시리아를 비롯한 이슬람 5개국(시리아,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과 북한·베네수엘라 국적자의 미국 이민, 취업, 관광 등을 금지했다. 26일에는 연방대법원이 이슬람 5개국 입국금지 명령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까지 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합창단의 공연 포기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 덕에 합창단 아이들이 방문을 포기했다. 오늘밤 우리 미국인들은 아이들의 귀여움으로부터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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