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해 미투운동 문 연 서지현 검사 여성동아 인터뷰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45·사진)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8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고 올해 초 방송을 통해 폭로한 것은 한국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작이었다. 서 검사의 고백에 용기를 얻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명 인사들의 과거를 폭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 당국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은 인사상 불이익처분을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 서 검사를 최근 여성동아가 만났다. 서 검사가 방송이 아닌 지면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전 국장은 1차 공판에서 “만취 상태여서 기억은 없으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지만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이 (자신에게) 직접 사과한 적은 없다”고 공개했다.
2015년 통영지청으로 발령 난 사실과 관련해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이 저를 반드시 날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것이 징계성 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전 국장 측은 인사 실무를 맡은 두 검사에게 이같이 진술했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했고 두 검사 역시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서 검사는 “관련자들이 진실을 말하게 하기 위해선 수사 의지와 능력이 절실한데 의지도 능력도 없는, 수사단도 아닌 조사단을 꾸려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전체의 개혁을 위해 그들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2차 가해 중 피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동료들의 외면이다. 서 검사 역시 “검찰 내부에서 ‘서 검사에게 한마디라도 하면 불려가서 조사받는다’고 소문이 나서 저에게 연락하길 꺼린다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저 때문에 불리해졌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나 자신을 위해 가장 행복한 방법을 찾으려 했다면 사표 내고 조용히 살고 있겠지만, 검찰이 제대로 바뀌기를 바라고 진심으로 검찰을 사랑하기에 용기를 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 검사가 정치를 하려고 미투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 역시 “‘(보직)인사를 잘 받으려고 꾸민 일’ ‘유명해지려고 미투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돈도, 사회적 지위도 한순간의 꿈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하는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치 출마설을 반박했다.
성폭력 피해자, 갑질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서 검사는 “먼저 가해자들에게 ‘당신이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듯, 세상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약자라고 함부로 대하고, 모욕과 공포로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에게는 ‘결코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2차 가해에 대한 처벌 등 제도적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건강과 명예가 회복돼 다시 검사로서 정상적으로 근무했으면 한다”면서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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