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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POP초점]"여풍당당"…방송街 휘어잡은 女예능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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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영자, 송은이, 박나래, 김숙 / 사진=헤럴드POP DB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감초에서 주역으로. 어느 때보다 여성 예능인들이 빛나고 있다.

21일 첫 방송된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기존의 먹방 예능 그림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어있다. 그간 대세 먹방 프로그램으로 자리잡혀있던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과 비교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단순히 이것을 덩치의 차이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 예능인의 비중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의 멤버들은 대표 식객 코미디언으로 불리는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 등 총 네 명. 남성과 여성의 비율로 따져보자면 ‘남성 3: 여성 1’의 비율이다. 프로그램 속 비중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밥블레스유’는 이영자, 최화정, 송은이, 김숙 등 오롯이 4명의 여성 예능인만이 출연한다. 비중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이처럼 여성 예능인들로만 구성된 예능프로그램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와 같이 여성 MC들로 구성된 토크쇼는 있었지만 오롯하게 게스트 없이 여성 예능인으로 웃음을 이끄는 프로그램은 현저하게 적었다. 지난 2013년까지 방송된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가 대표적인 여성 예능이었지만 종영 후 명맥이 끊겨버렸다. 또한 ‘비디오스타’와 ‘무한걸스’의 경우 남성 MC들과 예능인들로 구성된 MBC ‘라디오스타’, ‘무한도전’의 포맷을 가져온 프로그램에 여성 예능인들을 참여시켰기에 여성 예능의 큰 매력을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여성 예능인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담당하기는 했으나 메인 구성원으로는 떠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방송가에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 예능인들이 점점 프로그램의 주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2017년에 들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MBC ‘나 혼자 산다’가 대세 프로그램으로 부상하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박나래가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어 팟캐스트로 각개전투 중이던 송은이와 김숙이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에 팟캐스트 방송 ‘김생민의 영수증’을 런칭시켰다. 그렇게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10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10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지수’에서 김숙이 3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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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live '밥블레스유',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방송화면캡처


이후 2018년 1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3위에 박나래가 이름을 올렸고, 5월 드디어 여성예능인이 영예의 1위에 올라섰다. 바로 이영자였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먹방 본능을 제대로 드러낸 덕분이었다. 왜 그간 이러한 먹방의 보석을 놓쳐왔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6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에서는 상위권 1위, 2위, 3위에 각각 박나래, 이효리, 이영자가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남성 예능인 중심의 방송가에 일대의 지각변동이 온 것임은 확실해졌다. 그간 남성 예능인들의 콘텐츠가 중심이었던 프로그램들이 그 색채를 약화시키면서 여성 예능인들의 예능 출연이 잦아진 영향이 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여성예능인들이 본인들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는 남성 중심의 예능들이 큰 힘을 얻고 있을 뿐 여성 예능인들이 전면에 나온 프로그램을 찾아 볼 수가 없다. KBS2 ‘1박2일’, ‘거기가 어딘데?’,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MBC ‘라디오스타’, SBS ‘집사부일체’ 등 남성 예능인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은 존재하나 여성 예능인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혼성으로 등장하는 예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꽤나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결국, 여성예능인들이 대세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개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닌 ‘판’의 문제였다.

여성 예능인이 활약할 수 있는 ‘판’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역량 역시 두드러질 수 없었다. 이제 변화하고 있는 여성 예능인들의 입지에 따라 방송가도 판을 벌릴 때가 됐다. 앞서 송은이, 김숙이 직접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자신들의 판을 벌려 지금의 자리로 올라왔던만큼 여성 예능인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하는 순간 이들의 역량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여성 예능인들의 여풍당당 전성시대를 기대해본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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