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1주일 전 발생한 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쟁은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20대 초반 여대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글에서 “(경복궁역에서)6월14일 오후4시 44분정도에 제가 본 일에 대해 쓴다”며 “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가 계속 작동하고 있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모두 보기만 하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때 어떤 할머니가 넘어진 여자분을 부축해서 승강장 앞 의자에 데려다 주셨다. 힘이 없는 할머니는 주변에 보고 있던 학생 무리 중 남학생에게 도와달라 하셨고, 주변 여학생들이 해당 남학생에게 "니가 좀 해봐"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학생이 "나 남잔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봐"라고 말했다”며 “결국 보고있던 여학생들이 경복궁역에 연락 한 건지 역에서 역무원이 나왔고 저는 제 갈길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펜스룰 얘기는 인터넷에서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다른 여자를 도와주다가 몸에 손이 닿았다고 성추행범 될까봐 보기만 하는 상황을 보니까 대한민국이 정말 이렇게 각박해졌다는 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이른바 ‘경복궁역 펜스룰’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펜스룰이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나는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데서 유래됐다. 문제 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낯선 여자와 아예 접촉하지 않겠다는 것.
반응은 제각각 이었다. 일부는 펜스룰이 현실화된 우리 사회를 개탄했다. 반면 글쓴이를 향해 “본인은 보고만 있었으면서 누굴 탓하냐. 여학생 많았다면서 남학생 탓을 왜하냐”는 지적도 있었다. 평소 여성평등을 외치다 이럴 때만 남자 탓을 한다는 볼멘소리다.
논쟁은 21일 일부 매체가 해당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당사자라는 누리꾼의 댓글이 이날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먼저 남학생과 친구로 보이는 누리꾼은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올 때까지 옆에 있어 드리다가 구급대원 와서 지하철 타고 갔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 명도 신고 안하고 지켜 보는거 OO이가 신고했는데, 우리만 쓰레기 된거냐. 이러니 무슨 착한 일을하냐”고 썼다.
그러자 이 댓글에 또 다른 누리꾼이 “저 그때 쓰러졌던 사람인데 사실 그때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남학생이 신고해 주고 구급대원들이 오셔서 병원 갈때까지 같이 있어 줬던거 기억난다. 왜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진지 모르겠지만 그때 고마웠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만 댓글을 쓴 이들이 진짜 당사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복궁역 관계자는 22일 동아닷컴에 “근무일지 상으로는 당시 신고를 한 분이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이 어렵다. 출동한 직원이 지금 휴가중 이다”며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빈혈로 쓰러졌고, 주변 승객이 직원에게 신고했다. 직원이 찾아가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이송해드렸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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