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서 움직이는 공 쳐 논란 “가장 좋은 스코어 위해 그랬다” 사과했으면 끝날 일을 되레 키워 벌써 48세 … 멀어지는 그랜드슬램
48세의 노장 필 미켈슨은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준우승만 6차례 거뒀다. US오픈 우승컵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깊은 러프 속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미켈슨.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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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은 나름 머리를 썼다. “두 종류의 공을 가져와 파 5홀에서 거리가 더 나가는 공을 썼다. 라이더컵에서는 다른 종류의 공을 써도 괜찮기에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더컵과 달리 프레지던츠컵에서는 한 가지 종류의 공만 써야 한다.
이럴 경우 이 홀에서 정상적으로 경기하고 원볼 규칙을 어긴 팀에서 한 홀을 뺀다. 미국의 미켈슨-잭 존슨 조가 세계팀의 제이슨 데이-애덤 스콧에 이기면 한 홀을 이긴데서 한 홀을 빼니 양팀은 비긴다. 반면 미국팀이 지면 한 홀을 졌고 다시 한 홀을 빼, 두 홀을 지게 된다. 결과는 미국이 져 한 홀에서 두 홀을 빼앗겼다. 경기위원들도 잘 모르는 희한한 상황이었다. 기자도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한 홀에 두 홀을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베테랑 미켈슨은 똑똑한 편이다. 골프 규칙도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어중간하게 골프 룰을 알았다가 낭패를 봤다. 미켈슨의 튀는 행동은 종종 나왔다. 미켈슨은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 드로용 우드와 페이드용 우드 등 3번 우드를 두 개 가지고 나가는 등의 실험을 즐겼다. 그러나 부작용이 더 컸고,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18일 끝난 올해 US오픈에서 그런 미켈슨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3라운드 13번 홀에서 미켈슨은 온탕 냉탕 끝에 4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다. 그런데 내리막 퍼트를 하다 공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릴 듯 하자 달려가서 퍼터로 움직이는 공을 쳤다.
예상 밖의 돌출행동이어서 기자들은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마치고 미켈슨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는 20분이 지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13번 홀 사건은 골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만하다. 화가 나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켈슨은 기자들에게 “나는 골프규칙을 안다. 최선의 스코어를 내기 위해 룰을 이용했다. 무례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내 의도는 아니다”고 변명을 했다.
미켈슨은 룰을 알긴 알았다. 움직이는 공을 멈추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면 실격이지만, 움직이는 공을 치면 2벌타에 그칠 수 있다. 골프 규칙의 허점 중 하나다.
그러나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규칙을 활용했다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 최선의 결과를 내려 했다면 굴러 내려가는 공을 쳐 2벌타를 받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이다.
공이 그린 밖으로 내려가길 기다렸다가 칩샷으로 붙인 뒤 한 두 번의 퍼트로 막는 게 낫다. 그래봐야 7타 혹은 8타다. 미켈슨의 쇼트게임 실력은 잘 알려져 있다. 대신 ‘룰을 아는’ 미켈슨은 2벌타를 받고 10타에 홀아웃했다.
미켈슨이 더 똑똑했다면 공이 굴러 내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해야 했다. 1벌타를 받고 원래 쳤던 자리에서 다시 퍼트를 해도 되기 때문에 1퍼트, 7타로 홀아웃할수도 있었다. 3타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미켈슨이 룰을 알아서 그랬다가 아니라 이성을 잃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켈슨은 스코어카드 제출장소에서 20분 동안 머물며 답변거리를 만든 뒤 기자들에게 변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화가 나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문제였다. 공이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갈 때 미켈슨은 막막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US오픈 우승 트로피가 없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2등만 6번을 했다. 미켈슨의 나이는 48세다. 점점 문은 닫히고 있다. 코스를 너무 어렵게 만든 USGA 쪽이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켈슨은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그랬다”라고 해 문제를 키웠다. 미켈슨이 골프의 정신을 위반했기 때문에 실격시켜야 한다는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한 홀에서 두 홀 지는 상황 비슷하게 됐다. 미켈슨은 닷새가 지난 21일에야 공식 사과를 했다. 그 동안 사람들은 미켈슨이 별로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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