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도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추방
오르반 총리 “난민이 기독교 문명 위협”
혼란 겪는 유럽연합 내 논란 더 부채질
앞으로 헝가리에서 불법 이민자를 돕다간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권이 만든 ‘반이민법’ 때문이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헝가리 의회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개인과 단체를 처벌하는 이른바 ‘스톱 소로스’ 법안을 찬성 160, 반대 18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고 전했다. 불법 이민자에게 난민 신청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금전적 도움을 주면 이 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형이나 추방형을 선고받게 된다. 산도르 핀터 내무장관은 “헝가리인들은 정부가 불법 이민과 이를 돕는 행위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은 헝가리가 이민자들의 나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법을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의회는 이와 별도로 외국인이 헝가리에 정주할 수 없게 하는 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에 ‘스톱 소로스’(소로스 방지법)란 이름이 붙은 것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이민을 돕는 헝가리 시민단체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오르반 총리는 4월 총선 때 “국가를 파괴하고 많은 이민을 끌어들이려 한다”며 소로스를 맹공격했다. 또 유럽으로 몰려드는 무슬림 난민을 “유럽 기독교 문명에 대한 위협”이라 부르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해온 개방적 난민 정책을 비난해왔다. <뉴욕 타임스>는 오르반 총리에 대해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후보 지명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지지한 세계 지도자”라며 비꼬았다.
시리아 난민이 수용돼 있는 독일 뮌헨의 난민캠프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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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며 2015년부터 엄청난 수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위기’가 시작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은 바닷길을 이용할 경우 그리스·이탈리아, 육로를 이용하면 헝가리를 통해 국경을 넘게 된다. 2015년 한 해에만 100만명이 유럽으로 몰려들자, 헝가리 정부는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로 몰려든 난민을 회원국에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정책을 쓰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발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헝가리·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서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우파 정권이 탄생했고, 독일 연립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분출해 메르켈 총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4월 현재 헝가리에 있는 난민 수는 3555명이었다. 이 가운데 342명이 난민 신청을 해 279명이 승인을 받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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