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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메르켈도 난민 포용책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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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역외 국경 경비 강화

프랑스와 ‘반난민’ 협력

연정 의식한 듯 입장 변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그간의 난민 포용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 역외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다른 EU 회원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의 독일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공동예산을 수립하겠다며 유럽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스스로 통합의 가치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EU의 역외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프론텍스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중동의 경제적 이민자들이 EU 블록 안에 아예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그러면서 프론텍스 인력을 1만명 더 늘리는 데 마크롱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프랑스는 EU에 등록된 난민들을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에 포용적이었던 메르켈 총리의 태도변화는 극우정당에 지지 기반을 뺏길 것을 우려한 연정 파트너 기독사회연합(CSU)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연정을 깰 수도 있다며 버티는 CSU에 메르켈 총리가 굴복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유럽 내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통합의 가치를 추구한 솅겐조약 정신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공동예산 수립 계획도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메르켈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공동예산 수립에 회의적이었다. 유로존 공동예산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먼저 제안했다. 프랑스의 지지가 절실한 메르켈 정부가 마크롱의 비전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이다. 마크롱은 이에 화답하듯 프랑스에서 먼저 난민신청을 하고 독일로 들어가려다 거부된 사람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유로존 공동예산은 유로존 국가들에 투자를 촉진하고 국가들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는 유로안정화기금(ESM)의 임무를 확대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긴급 차관을 제공하는 등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재편하는 것도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오는 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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