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집권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연일 난민 뺨때리기
독일마저 메르켈 난민포용정책에 자매당 내무장관이 반란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유럽연합(EU)에 퍼져가는 반(反) 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극우 정파가 득세하면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는 최근 내무장관들이 반난민·민족주의 정책의 선봉에 섰다.
북아프리카에서 EU로 넘어오는 난민의 지중해 관문인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일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이 꾸린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총선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모조리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마테오 살비니 동맹 당수는 연정의 내무장관 겸 부총리로 취임한 이후 반난민 공약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629명을 태우고 입항하려던 국제구호단체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해 이를 비판하는 프랑스와 외교갈등을 빚었다.
살비니 장관은 지난 18일에는 한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 사는 집시들의 현황을 파악하겠다"며 "법적인 권리가 없는 외국인 집시들의 경우 다른 나라와의 합의를 거쳐 송환 조치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의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장관 겸 부총리마저 "인종에 기반한 인구조사는 위헌"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쇄도하는 비판에도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인과 그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집시 전수조사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에 살비니 내무장관이 있다면 반난민 정책을 내건 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선 오스트리아에는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이 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극우 자유당 소속인 키클 장관은 난민에 대한 적대적 발언과 정책으로 입길에 올랐다.
키클 장관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난민 신청자들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나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4월에는 난민 지위 신청자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난민신청 절차 비용으로 최고 840유로(약 108만원)를 현금으로 내게 하는 법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켰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체류자격 기준도 기존 6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하고 범죄를 저지른 난민의 추방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키클 장관은 지난 8일에는 정치적 성향을 띤 무슬림을 용인할 수 없다며 터키 출신 이슬람 성직자(이맘) 60여명과 가족을 추방하고 이들과 관련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7곳도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터키와의 외교갈등에 불을 지폈다.
EU에서 난민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로, 개방정책을 펴온 독일에서는 최근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반난민 정책을 내걸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의 자매정당이자 연정의 한 축인 기독사회당(기사당)의 대표이기도 한 제호퍼 장관은 최근 EU 내 다른 국가에 이미 망명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는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호퍼 장관이 정책을 강행하면 메르켈 총리도 자신의 권한으로 이를 막을 수밖에 없어 대연정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일단 양측은 이달 말 열리는 EU 정상회의까지 정책 결정을 유보하기로 해 시간은 벌었지만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독일 정부의 극심한 내홍은 계속될 전망이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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