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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불법 이민 때문에… 분열하는 유럽·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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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反난민’ 정서 확산에 촉각/EU정상회의서 개혁안 제출 예정/伊 등 집권당 反난민에 EU 위기/트럼프 ‘불법이민 무관용 정책’에/ 정치권·시민단체 등 비난 들끓어/전세계 난민·실향민수 6850만명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난민과 불법 이민자 문제로 분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불법 이민자의 자녀를 부모와 떨어뜨려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해 국제사회 인권을 수호하던 기존 이미지마저 퇴색될 상황에 놓였다.

AFP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28∼2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난민정책을 포함한 EU 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혁안 채택을 둘러싼 2주 후가 EU 난민정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 정상은 19일 정상회담에서도 공동 난민정책의 윤곽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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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생이별 한 여아 눈물 미국에 밀입국한 뒤 아버지와 생이별을 한 8세 소녀가 18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샌드라 데이 오코너 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아버지를 찾아 달라며 울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가 난민정책 수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反)난민’ 정서 확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난민에게 비우호적인 우파성향 정당이 각국 집권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EU가 분열될 상황에 부닥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EU 국가 간 입장 조율에 나섰다. 그는 콘테 총리와 만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난민의 숫자를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유럽으로 오기 전 난민들의 유입 통로인 리비아 등에서 망명신청을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도 불법 이민자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와 시민단체, 국제사회까지 ‘야만적인 일’이라며 공격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들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며 “미국에서 그런 일을 허용할 수 없다.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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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불법 이민자들의 임시보호소 상황은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CNN 등에 제공한 2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10세 미만으로 보이는 중남미 아동들이 스페인어로 “엄마, 아빠”를 부르며 계속 흐느끼는 소리가 담겼다. 한 여자아이는 연신 “이모랑 같이 가고 싶다”며 가족을 찾으며 불안감을 보였다. 당국자들이 달래 봤지만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는 샌디에이고의 한 수용시설을 방문한 후 “가족 격리는 가슴을 찢어놓는 야만적 처사”라며 “우리나라의 양심에 도전하는 것으로 즉각 바뀌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과 실향민 수는 685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 6560만명보다 300만명 가까이 늘었고, 10년 전 4270만명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규모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는 “국가와 지역 공동체들이 난민·강제 이주자 문제를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게 새롭고 더 포괄적인 문제 해결방식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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