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집권 13년 기민-기사…난민정책 두고 균열
獨기사당 "난민유입 규제는 대국민 약속…총리도 못막아"
메르켈 "獨난민 정책도 EU차원에서 결정돼야"
트럼프 "獨국민, 리더십에 등 돌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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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05년부터 13년째 독일을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그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사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기독사회당 연합이 난민정책을 놓고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연정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제호퍼 내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당내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협상을 하겠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난민유입 규제 정책을 오는 28~29일 EU정상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예키로 했다.
제호퍼 장관은 지난주 국경지역에 경비·감시 인력을 두고, 다른 EU 회원국에 이미 망명신청을 한 난민에 대해선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기민당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의 반발로 무산됐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정책은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EU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독자적으로 난민정책을 추진할 경우 난민들의 주요 도착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EU 이민법에 따르면 난민 또는 불법 이주자는 처음 도착하는 유럽 국가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쏟아지는 북아프리카 및 중동 출신 난민들은 대부분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제일 처음 도착한다.
메르켈 총리 입장에선 EU 정상들을 설득해 난민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기독-기사 연합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2주 간의 시간을 번 셈이다. 다만 유럽 전역에 반(反)난민 기류가 확산되는 추세인데다, 난민 정책을 두고 회원국들 간 갈등도 심화된 상황이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2주 안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당초 계획대로 난민유입 규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국경지대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을 되돌려 보내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무장관으로서 이민자들을 제한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총리 때문에 지킬 수 없게 된다면 이는 연합 전체의 신뢰성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연정 해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호퍼 장관이 메르켈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난민 규제를 강행하면 경질당할 것”이라며 “이후 연정이 깨지게 되고 의회 과반 지위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EU정상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규제 정책이) 자동적으로 시행되진 않는다. 정부 정책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총리”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기사당은 자동 시행 역시 가능하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EU 정상회의 결과를 가져오면 제호퍼 내무장관과 기사당이 그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독일에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독일 국민은 (메르켈의) 리더십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의 관대한 난민수용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에서 이민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유럽 전역에서 수백만명의 (난민) 입국을 허용하는 실수가 일어났다. (난민들은) 강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주세페 콘테 신임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난민 수용 문제를 논의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두 정상은 EU 국경 경찰인 프론텍스 강화에 합의했으며,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난민들을 발생시키는 현 상황에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이탈리아의 연대를 지지하며 유럽의 연대와 이해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는 다른 EU 국가들과 난민 문제에 따른 부담을 나눠 짊어질 수 있도록 EU의 이민법이 바뀌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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