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반(反)난민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집시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2017년 10월 로마 외곽의 불법 집시촌을 방문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
살비니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북부의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무부 차원에서 집시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도록 할 것"이라며 "법적인 권리가 없는 외국인 집시들의 경우 다른 나라와의 합의를 거쳐 송환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국적의 집시들은 유감스럽지만 이탈리아에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내의 집시 인구는 13만∼17만 명에 달하며, 이들 가운데 약 절반은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 우선'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이기도 한 살비니 장관은 집시가 노동보다는 범죄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동안 집시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는 이탈리아에 체류하는 수십 만 명의 불법 난민 추방과 함께 불법 집시 정착촌의 전면 철거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가 이끄는 동맹은 집시 가정의 아동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아동을 가족과 쉽게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한편, 집시 인권 보호 단체는 정부의 집시 현황 조사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집시 인권 단체 '7월21일 협회'의 카를로 스타솔라 대표는 "내무장관은 인종에 기초한 인구조사가 법으로 금지된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집시의 정착 현황에 대한 자료는 이미 존재할뿐 아니라, 소수의 미등록 집시들은 무국적 상태이기 때문에 추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집시들은 최소 반 세기 이상 이탈리아에 살아왔으며, 그들은 때때로 우리의 동료 시민들보다 '더 이탈리아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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