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당, 메르켈에 정책 결정 데드라인 제시하며 압박
대연정 붕괴 우려도…하원의장의 중재 역할 주목
제호퍼 내무장관(왼쪽)과 메르켈 총리 [EPA=연합뉴스] |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친화적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대연정 내 난민 강경파가 반(反)난민 정책을 들고나와 메르켈 총리를 압박해 들어가면서 메르켈 총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거부 의사를 밝혀왔지만, 갈등이 심화될 경우 대연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은 지난 13일 밤 의원총회를 열어 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내놓은 난민정책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제호퍼 장관은 독일에 입국을 희망하는 난민이 유럽연합(EU) 내 다른 국가에 이미 망명 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을 경우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지난 12일 관련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메르켈 총리가 제동을 거는 바람에 발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기사당 의원들이 제호퍼 장관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기사당은 오는 10월 지지기반인 바이에른 주(州) 선거를 앞두고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를 견제하기 위해 반난민 정책을 관철하는 데 목을 매고 있다.
마르쿠스 블루메 기사당 사무총장은 오는 25일까지 메르켈 총리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EU 차원의 공동난민청을 설립해 공동의 난민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또한 이미 유럽에 들어온 난민을 EU 회원국들이 형편에 맞게 나누되, EU의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의 정책을 수용할 경우 2015년 국경을 개방해 100만여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자신의 난민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메르켈 총리도 물러서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대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도 제호퍼 장관의 제안에 부정적이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EU 차원에서의 해법이 필요하다며 메르켈 총리를 엄호했다.
기민당의 크리스티안 폰슈테펜 의원은 "이 문제에서 타협의 여지는 없다"면서 "우리가 국경에서 어떤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15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전했다.
그렇다고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을 해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대연정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에 기민당의 폴커 카우더 원내대표는 기민당 출신의 볼프강 쇼이블레 하원의장에게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해 귀추가 주목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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