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구조선 떠넘기기 갈등 확산
佛마크롱 “무책임하고 비인도적”… 伊총리 “위선적 강의 그만” 발끈
극우 헝가리 총리 입항거부 지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이 안에선 난민과의 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미국과의 무역 대결에서 단일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유럽이 반(反)난민 기조의 극우 정당들이 집권하면서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극우 정당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난 주말 난민 629명을 태운 아쿠아리스호의 시칠리아섬 입항을 거부한 것이 내부 균열의 시발점이 됐다. 스페인 정부가 이 난민들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문제는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대통령, 총리, 외교장관까지 나서 이탈리아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불이 붙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내각 회의에서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 정부는 무책임하다”며 “국제법에 따라 난민 구조선은 항상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야 한다. 이탈리아는 이들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몰아붙였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도 “난민 구조선이 스페인 발렌시아로 향하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이탈리아가 다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집권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가브리엘 아탈 대변인은 “이탈리아의 이민정책은 역겹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난민 단체들은 “배 안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데다 15명이 심각한 화상과 저체온증으로 건강 상태가 심각해 뱃길로 사흘 이상 걸리는 발렌시아항까지의 이동은 무리”라고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발끈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민에 관해 항상 등을 돌려온 국가들의 위선적인 강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과 국제법이 정한 규정들이 북아프리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극우 성향으로 반난민 정책을 이끌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몇 년 동안 바다의 경계를 지키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우울했었는데 이탈리아가 그런(바다의 경계를 지키려는) 의지를 되찾았다”며 이탈리아의 결정을 반겼다.
이탈리아의 난민 입항 거부를 비판하며 유럽 내 반난민 정서 차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12일 발표 예정이었던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의 ‘이민 마스터플랜’에 대해 “자칫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를 따라 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건 메르켈 총리는 당내에서부터 반발에 직면했다. 이민 마스터플랜은 이미 다른 EU 국가에 난민 지위 신청을 한 전력이 있는 이들은 국경에서부터 입국을 막도록 했다. 기민당 소속인 독일 작센주 총리 미하엘 크레치머는 “어차피 독일에서 난민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경에서부터 막아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를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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