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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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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佛 외교갈등으로 번진 지중해 난민위기…伊, 佛대사 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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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니 내무 "마크롱 사과 없이는 佛·伊 정상회담도 취소" 으름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게 된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사건을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3일 오전(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로마 외무부 청사로 전격 초치했다. 이는 아쿠아리우스의 항만 진입을 불허한 이탈리아를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발언은 용인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당사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상원에 출석한 그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면 오는 15일 파리에서 예정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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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살비니 장관은 이어 "(난민에 대한)연대와 관련해서라면 이탈리아는 누구로부터, 어떤 것도 배울 것이 없다"며 "프랑스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의 난민분산 정책에 기초해 프랑스는 지난 3년 동안 9천816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 가운데 고작 340명만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며, "마크롱은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일 아침 당장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약속한 9천명의 난민을 데려가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냉소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이탈리아 국경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1만249명의 난민의 프랑스 진입을 거부했다"고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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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그는 아쿠아리스호를 인도적 차원에서 자국의 발렌시아 항에 전격 입항시키기로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사의를 표하면서도 "산체스 총리가 계속 (난민에)관대함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는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된 난민 629명을 태우고 유럽 대륙으로 향하던 중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남쪽의 섬나라 몰타가 입항을 모두 거부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었다. 이 배는 결국 스페인의 수용 결정으로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려 발레시아 항으로 향하고 있다.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전원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천명해온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장관은 "바다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이탈리아를 거대한 난민 캠프로 변모시키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이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한 채 이 배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몰타에 난민선 수용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몰타는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이 이탈리아 당국의 지휘 아래 구조된 이상 이들은 이탈리아가 수용해야 한다며 역시 항구를 열지 않았다.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그동안 천명해 온 강경 난민 정책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극명히 보여준 이번 사건에 프랑스를 비롯한 주변국 일부와 국제 난민 구호단체, 유엔 등 국제기구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약 7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도착했다. 이 같은 수는 이 기간 유럽으로 향한 전체 난민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난민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국민 사이에 반난민 정서가 널리 퍼졌고, 이는 지난 총선에서 '이탈리아 우선'을 내세운 동맹의 지지율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자양분이 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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