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리비아를 떠난 629명의 난민들이 타고 있는 구조선 '아쿠아리우스'의 공동 운영 주체로 지난 9일 지중해에서 이들을 목숨을 구한 프랑스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는 12일 트위터에 이 같이 밝혔다.
10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들이 난민구조선인 '아쿠아리우스'에 탑승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이 단체는 "곧 이탈리아 선박으로부터 보급품이 아쿠아리스 호로 전달될 예정이며, 구조된 난민들은 이탈리아 배들로 옮겨탄 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는 앞서 11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해 사람들에게 안전한 항구를 확보해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난민선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쿠아리우스 호는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으로, 현재 아프리카의 출신 123명의 미성년자와 11명의 어린이, 7명의 임산부 등 629명이 타고 있다.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을 태우고 유럽 대륙으로 향하던 이 배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남쪽의 섬나라 몰타가 입항을 모두 거부하면서 지중해 상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였다.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전원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천명해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바다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이탈리아를 거대한 난민 캠프로 변모시키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이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한 채 이 배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몰타에 난민선 수용을 촉구해왔다.
2014년 이래 유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를 떠난 약 180만 명의 난민이 유입됐고, 이 가운데 3분의 1인 약 60만 명이 이탈리아에 입국한 바 있다.
살비니 장관의 이런 조치는 '이탈리아 우선'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1일 집권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난민 강경 단속 공약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살비니 장관과 함께 포퓰리즘 정권의 실세로,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을 이끌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장관은 이탈리아가 거부한 '아쿠아리우스'를 스페인이 수용하기로 한 것을 '전환점'이라고 칭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난민 위기라는 전 세계적 현상의 타격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다른 나라가 마침내 행동에 나선 것에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수 시간 항해하면 닿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하는 바람에 어린이, 임산부 등이 다수 포함된 아쿠아리우스호가 발렌시아까지 사흘 이상 걸리는 항해를 감내하게 됐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 배의 공동 운영 주체인 MSF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난민들이 바다에서 나흘 이상을 더 견뎌야 한다"며 "정치보다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에 둬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은 아쿠아리우스호가 기상 악화로 스페인까지 항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일자,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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