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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문 닫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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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극우 정부, 구조선박 입항 거부…반이민 시동

독일, 이민자 범죄 증가에 “본국 송환 절차 단축할 것”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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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새롭게 들어선 극우·포퓰리즘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지중해상에서 구조된 난민들을 실은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난민에 포용적이었던 독일 정부도 이날 난민 지위가 거부된 이들의 본국 송환 절차를 단축시키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중동 지역 난민 최대 수용 국가였던 독일과 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기항지였던 이탈리아 모두 반이민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난민들의 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비정부기구(NGO) ‘SOS 지중해’는 이날 지중해 리비아 해상에서 구조작전을 벌여 총 629명의 난민을 구했다.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를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주도인 팔레르모 항구에 대려고 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막았다.

극우 동맹당 대표이자 새 내각 내무부 장관인 마테오 살비니(사진)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뒤 트위터에 “오늘부터 이탈리아도 인신매매와 불법 이민은 안된다고 외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내 목표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우리 이탈리아 아이들에게 평온한 삶의 확신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동맹당 연정이 지난 3월 총선 당시 공약했던 반이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리비아 정정불안에 시리아 내전까지 겹치면서 지난 5년간 70만명이 넘는 난민이 쏟아져 들어왔다. 빈곤 지역, 청년실업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전 민주당 정부가 리비아 정부와 맺은 협정으로 해양 경비를 강화하며 지난해 여름 이후 현재까지 동기 대비 유입 이민자 숫자는 7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새 리비아를 중심으로 이민자 유입이 급증하자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집권한 새 정부가 강경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난민 지위가 거부된 이라크 출신 이민자 알리 B가 14세 독일 소녀를 살해한 사건이 최근 전해지면서 반이민 정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난민 지위 획득에 실패한 사람들이 신속하게 행정법원 절차를 밟고 본국에 빨리 보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난민 지위 불인정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기간 혹은 이후 독일 체류 가능 기간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리 B와 가족들은 2015년 난민 지위 부여가 거부됐지만 재심사를 신청해 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독일에 머무를 수 있었다.

지난 4월 신임 내무장관 제호르트 호퍼는 독일 각 주에 흩어져 있는 이민자 대기시설 통합 계획을 밝히면서 “새로 지어질 이민자 임시 수용센터에 머무르는 기간은 1년6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입 이민자들이 폭주하면서 행정절차가 늦어지고 이에 따라 이민자들 범죄가 증가한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인 이민국 등 행정당국이 자신들의 잘못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레멘 이민국의 한 관리는 돈을 받고 난민 지위를 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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