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붉은색 옷이나 소품을 갖추고 참가했다. 집회 규모는 최소 2만여명으로 여성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사진=방윤영 기자 |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 수만 명이 서울 대학로에 모였다. 여성들만 모여 여성권리를 주장하는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지난달 집회(1만여명)보다 더 많은 규모로 거센 분노를 표출했다.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혜화역 일대는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 참가한 여성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정한 복장인 빨간색에 맞춰 옷과 소품을 갖춰 등장했다. 빨간색은 여성들의 분노를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정한 색이다.
이날 집회에는 시간이 갈수록 인파가 몰렸다. 오후 5시 넘어서까지 집회 참가자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애초 집회 장소로 신고한 혜화역 2번 출구에서부터 방송통신대학교를 넘어 이화사거리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혜화역 방향 상위 도로 4개 차선을 모두 사용했다. 혜화역 2번 출구부터 이화사거리까지는 약 1㎞다.
집회에 참가하려는 행렬도 혜화역 2번 출구에서부터 1번 출구 골목길에 있는 상명아트홀까지 700m가량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긴 줄을 형성해 차례대로 집회 대열에 들어섰다.
집회 참가 인원은 오후 6시 기준 주최 추산 2만2000여명(경찰 추산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여성들만 참가한 시위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은 대학로에 다시 모인 이유가 지난달 1차 집회에서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서라고 주장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1차 집회 때 우리는 불법촬영 편파 수사에 대한 경찰과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어떤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할 거란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더 뜨거운 분노를 보여주자"며 "우리의 용기를 보여주자"고 참가자들에게 외쳤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
참가자들은 삭발식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오후 5시20분쯤 참가자 6명이 삭발식에 참여했다. 이 중 3명은 완전히 삭발했고 나머지는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귀밑까지 짧은 단발로 잘랐다.
여느 삭발식과 달리 이들은 눈물 대신 환호성을 질렀다. 자른 긴 머리를 위로 들어 보였고 이를 지켜본 참가자들은 "상여자(천상 여자답다는 뜻)다", "멋있다", "아, 시원하다"고 외쳤다.
삭발식에 참여한 한 여성은 "처음 삭발을 결정했을 때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그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봤다"며 "내가 이 두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모든 여성들이 길을 걷거나 화장실을 갈 때에도 두려움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저보다 10살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이 세상이 규정하는 여성성을 따라 머리를 길고 화장을 하더라"며 "제가 먼저 코르셋(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성을 상징함)을 벗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3년 기른 머리를 잘랐다"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편지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들은 각자 경찰청장에게 편파수사를 규탄하고 각자 바라는 점 등을 편지로 준비해왔다. 참가자들은 집회 이후 우체통에 넣어 경찰청장에게 편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집회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경찰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피의자를 사건 발생 12일 만에 붙잡은 걸 두고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어서 빠른 수사가 이뤄진 '편파수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여성 피해자가 대부분인 몰카 범죄에 대한 엄중 처벌과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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