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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6·13 격전지 경남을 가다]‘노무현 비서관’ 대 ‘해본 사람’… ‘드루킹’·‘홍준표’가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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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이 본 후보 이미지

경남도민들은 이번 도지사 선거를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김경수 후보) 대 ‘해본 사람’(김태호 후보)의 대결로 봤다. 두 후보가 넘어야 할 장애물로는 각각 ‘드루킹’과 ‘홍준표’가 꼽혔다.

경향신문이 지난 4~5일 경남에서 만난 도민 50명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에 대해 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김경수 후보의 이미지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드루킹’이 각각 10번씩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린 사람도 6명 있었지만, 김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수행한 모습이 시민들에겐 더 깊은 인상을 남긴 듯했다.

김경수 후보에 대해서는 ‘깨끗하고 선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루킹 사건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의 해명을 신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얌전’ ‘소박’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비판적인 평가로는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어리다’는 의견이 나왔다. 창원에서 만난 김형표씨(65)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이라고 깨끗한 사람들만 있었나”라며 “사람이 좀 가벼워 보인다”고 했다. 경남지사를 두 차례 지낸 김태호 후보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를 반영하듯 ‘잘 모른다’는 응답도 많았다. 진주에서 만난 권모씨(70)는 “김태호는 활동력이 좋은데 김경수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해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두 차례 경남지사를 지낸 만큼 행정경험과 능력을 긍정 평가한 것이다. ‘거창군수’부터 ‘국무총리 후보’까지 김태호 후보가 거친 공직을 열거하며 ‘듬직하다’ ‘능력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진주에서 만난 박창호씨(62)는 “외모는 젊어 보이지만 원숙한 느낌이 있다”며 김태호 후보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홍준표 대표의 언행이 김태호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해에서 만난 이철용씨(52)는 “좋은 인물에 실력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홍준표 대표 때문에 도매금으로 묶여서 (당선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인물난으로 인해 패색이 짙은 선거에 나왔다는 인식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50대 ㄱ씨는 “전에도 어느 정도 잘했다는 소리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안 나오는 게 나은 것 같은데 그 당이 내세울 사람이 없다보니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지역경제 전망 - 절반이 ‘나빠질 것’…최저임금 논란 - 일자리 줄까 ‘걱정’

경향신문이 지난 4~5일 만난 50명의 경남도민들은 6·13 지방선거 이후 지역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다. 26명의 응답자가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16건 있었지만 현재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제 아래 막연한 희망을 담은 답변인 경우가 많았다.

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사안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진주에서 만난 편의점주 정명호씨(45)는 “최저임금이 전반적으로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순해 보였는데 단칼에 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일자리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김해에서 만난 주부 신모씨(58)는 “최저임금 올려서 90%는 좋아졌다고 하는데 잘린 사람도 많다”고 했다. 진주에서 만난 카페 직원 김가은씨(33)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사람이 줄진 않았고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했다.

지역경제 동력인 조선업 경기가 침체된 것도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김해에서 만난 허모씨(49)는 “김해에도 조선 3·4차 협력업체들이 있는데 일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성동조선해양 노동자들은 창원에 있는 김경수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조선소 회생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김 후보가 여당의 실세답게 정부 지원을 끌어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호 후보 지지층은 김 후보의 풍부한 도정 경험을 평가했다. 창원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55)는 “문 대통령하고 친하니 김경수 후보가 되면 많이 도와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오모씨(66·창원)는 “잘 먹고 잘살 길을 얘기해야 되는데 김경수 후보는 그런 건 없다”며 “한 번 해본 김태호 후보가 더 낫다”고 말했다.

■조사 어떻게

경향신문은 지난 4~5일 경남 일원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도민 50명을 만나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경남지사 선거에 대한 경남 지역 민심을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선거에서 차지하는 경남지사 선거의 의미와 중앙정치와 연관된 선거 이슈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고 그것이 후보·정당 지지와 연계되는 과정도 살폈다.

조사 문항에는 경남지사 선거의 성격, 지방권력 교체·보수 개혁 필요성, 한반도 주변과 남북관계·드루킹 특검·지역경제의 향후 전망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키워드로 표현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조사는 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소지역별로 창원(경남 중부권), 김해(동부권), 진주(서부권) 등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세대별로도 20·30대, 40·50대, 60·70대 응답자를 골고루 분포시켰다. 이를 통해 소지역별·세대별 경남 지역 민심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창원은 도청·시청 앞, 상남시장, 용지호수공원 인근에서, 김해는 인제대·김해대 앞, 김해여객터미널, 내외동 부근에서, 진주는 중앙시장, 경상대 앞, 혁신도시 일대 등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창원·김해·진주 |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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