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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평화원정대] “고문·성폭행·총상 수두룩”…가로막힌 지중해 난민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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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⑦ 이탈리아 시골마을 ‘난민 공존’ 실험

시칠리아 난민회복센터에서 접한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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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에서 온 한 난민이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각)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난민회복센터에서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부상당한 다리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난민은 3년 전 부인과 함께 가나를 탈출해 올해 1월 이탈리아를 넘어오기 전까지 리비아에서 생활했다. 리비아에서 총 2방을 맞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왔다. 카타니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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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쏜 건 그나마 (나를) 불쌍히 여겼기 때문일 거예요. 죽이려고 했으면 가슴을 쐈겠죠. 총을 맞고 숨어 있는데, 그곳에서 대여섯명은 총을 맞고 죽었어요.”

난민 ㅂ(26)은 오른발과 오른팔이 모두 불편해 보였다. 오른발에는 총을 맞았고, 오른팔은 계단에서 굴러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지중해를 건너기 전 리비아에서 총을 맞았고, 지난 4월 바다를 건너다 구조됐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 동쪽 카타니아시의 국경없는의사회 난민회복센터에서 ㅂ을 만났다.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오는 통로인 시칠리아의 동부 카타니아에 회복센터를, 서부 트라파니에 심리상담센터를 두고 난민들을 돕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의 난민센터나 병원에서 보살핌을 받기 힘든 환자들이 이곳으로 온다. 5층 건물인 카타니아 회복센터는 모두 24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ㅂ은 이곳에서 의료진의 보살핌 속에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그는 지중해를 건너는 출발점인 리비아에 대한 기억에 몸서리쳤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ㅂ은 “일거리를 찾기 위해 2016년 리비아에 갔다”고 했다. 차량 정비 기술을 배우던 어느 날 그는 출근하던 길에 무장한 사람들에게 잡혔다.

“리비아 사람이 아니면 잡혀서 돈이나 음식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돈이 없다고 하자 그들은 총을 쏘고 가버렸어요.” 트리폴리의 병원에 있다 나온 그는 동향 사람의 도움을 받아 배를 얻어 타고 지중해를 건넜다.

26살 나이지리아 난민, 리비아에서 총상
“무장괴한이 돈 내라며 오른발 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힌 사람들
채찍질·끓는 기름 끼얹는 고문 당해
여성들은 성폭행당해 임신 많아


유럽연합, 난민 막으려 리비아 지원
해안경비대가 보트 막고 구금·폭력
난민해결책이 되레 상황 악화시켜


이 센터에서 만난 또 다른 난민 역시 리비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가나 출신 ㅅ은 다리 옆에 큰 지지대 같은 것을 박아놓고 있었다. 지난 1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그도 리비아에서 총을 맞았다고 했다.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는 받은 돈이 적다며 다리에 총을 두번 쐈다.”

이곳에서 만난 난민들의 상황은 유럽연합이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법이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선박과 돈을 지원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바다를 건너려는 난민 보트를 막았고, 다시 잡혀간 난민들은 구금센터에 갇혀 더 큰 폭력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날 섬 서쪽에 있는 트라파니 심리상담센터의 로산나 라코노 심리상담의는 평화원정대와의 영상통화에서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심리상담센터에는 지난주에만 700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잡혀 구금센터로 이송된 난민들은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발에 채찍질을 당하거나, 손가락이 잘리고, 몸에 끓는 기름이 끼얹어지는 등 고문을 당하고 있다. 구금센터를 탈출해 유럽에 도착한 이들은 쇼크 상태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안정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라코노는 리비아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착하는 난민 여성 가운데 임신을 한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리비아에서 성폭행이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유럽연합이 난민을 막기 위해 건네는 지원기금이 민병대, 밀수조직과 함께 일하는 리비아 당국으로 흘러갔고, 결국 리비아 해안에서 착취와 학대를 낳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과 이탈리아는 바다를 건너는 난민이 줄어든 것에 만족해하며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감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올해 1분기 지중해를 건너 들어온 난민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한 6161명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 임명된 마테오 살비니도 3일 취임 뒤 첫 행선지로 시칠리아를 방문해 “(난민) 추방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보트를 타고 나온 난민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만나면 잡히지 않으려고 바다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로 송환되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의 생명을 지키고 싶다면 이들이 유럽에 정착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정책) 방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타니아/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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