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살비니 “짐 쌀 준비하라” 反난민 본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伊국민 위한 집과 일도 부족… 난민캠프 아닌 추방센터 필요”

미등록 60만 이민자 쫓아낼 듯

튀니지-터키 연안서 난민선 침몰… 어린이 포함 최소 57명 사망

“불법 이민자들에게 좋은 시절은 끝났다. 가방 쌀 준비를 하라.”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극우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2일 북이탈리아 집회에서 난민들에 대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1일 내무장관에 임명된 그는 3일 시칠리아섬을 방문했다.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 시칠리아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관문 격으로 난민센터가 마련돼 있는 곳이다.

시칠리아섬 포찰로 항구에 도착한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섬이 더 이상 유럽의 난민캠프가 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시칠리아섬에 환상을 갖고 있는 수천 명을 좌절하게 할 것이다. 이탈리아인을 위한 집과 일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난민센터가 아니라) 추방센터”라며 “불법 난민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아예 보트에 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입국을 제한하고 추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줄긴 했지만 올 들어서도 649명의 난민이 북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다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3일에도 튀니지 연안에서 아프리카 난민들이 탄 배가 침몰해 48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침몰한 보트의 최대 수용 인원은 90명이지만 사고 당시 180명이 타고 있었다. 같은 날 터키 연안에서는 시리아 난민을 싣고 가던 보트가 침몰하면서 9명이 숨졌다. 이 중 7명은 어린이였다.

3일 살비니 장관은 이틀 전 포찰로 항구로 들어온 사하라 이남 지역 난민들을 만났다. 인권단체들이 구조한 이 난민들의 보트에는 어린이와 미성년자 45명을 포함해 158명이 타고 있었다. 살비니 장관은 이들 구조단체에 대해서도 “인신매매와 한통속”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난민들의 탈출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여러 곳으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이민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라는 글을 올린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약 60만 명의 미등록 난민 추방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 추방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살비니 장관은 난민이 입국할 경우 자격 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최대 18개월 동안 구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매년 50억 유로(약 6조2500억 원)에 달하는 이민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살비니 장관은 새 연정의회 신임 투표 참석으로 불참하지만 5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내무장관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경우 처음 입국한 곳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살비니 장관은 이 조항이 북아프리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탈리아에 불리하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