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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탈리아 “짐 쌀 준비하라” 위협한 날…지중해서 난민선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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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시칠리아

“유럽 난민 수용소 되는 것 이걸로 충분하다” 강조

같은 날 튀니지와 터키 앞바다 난민선 침몰 수십명 사망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반난민 기치 내건 정당이 1위



난민을 향해 “짐 쌀 준비를 하라”는 이탈리아 신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엄포가 나온 날, 지중해에서는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선 난민 수십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가디언>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3일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시칠리아 최남단 포잘로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곳에서 “시칠리아가 유럽 난민 수용소가 되는 것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들이 밀려올 때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시사했다. 이어 들른 시칠리아 동부 카타니아에서는 “우리는 추방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살비니 장관은 시칠리아로 향하기 전 로마 대통령궁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법 이민자를 위한 ‘좋은 시절’은 끝났다”면서 “짐을 쌀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시칠리아는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만나게 되는 첫 유럽 땅이다.

살비니 장관은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함께 연립 정부를 구성한 극우 정당의 모임인 ‘연합’의 대표이다. 그는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장하는 우파 구호를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혀왔다. 3월 총선 때 ‘불법 이민자 50만명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이탈리아 우선’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이탈리아의 존엄, 미래, 사업은 물론 국경까지도 파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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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니 장관이 시칠리아로 향하기 직전 시칠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튀니지 남동부 카르크나섬 인근에서 침몰해 튀니지·모로코·리비아 등 아프리카 출신 난민 최소 4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대 승선 인원이 90명인 배에 180명이 타고 항해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승선자는 난파선 잔해에 매달려 9시간여를 버티다 목숨을 건졌다. 한 생존자는 <로이터> 통신에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선장이 해안경비대에 체포되지 않으려고 배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2월 난민 90명이 리비아 인근 해상에서 숨진 이후 최악의 사고다.

같은 날 터키 안탈리아 인근에서도 난민선이 침몰했다. 시리아 출신 15명이 터키 하타이주에서 소형 배를 타고 안탈리아로 넘어오다가 가라앉아 어린이 6명 등 9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지중해를 통해 난민 3만300명이 유럽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중 655명이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당국은 올해에만 난민 1만3500명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반난민 전선’이 두터워지는 가운데 3일 동유럽 소국 슬로베니아의 총선도 난민 문제가 결과를 갈랐다. 4년 만에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민주당이 득표율 25%로 제1당이 됐다. 슬로베니아민주당을 이끄는 야네즈 얀사 전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이민자에게 쓰는 돈을 국방비로 쓰는 게 낫다”며 반난민 정서에 호소했다. 승리 발표 뒤에도 “슬로베니아 시민 번영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민자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동유럽의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에 이어 슬로베니아까지 반난민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슬로베니아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정당이 득표율 7.1%를 차지한 중도 우파 노바슬로베니아뿐이어서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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