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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하나부터 열까지 미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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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신태용호가 국내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마음은 무겁다.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2주가 흘렀다. 서울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첫 발을 뗀 대표팀은 두 차례 평가전과 최종 명단 선정 작업을 끝마쳤다. 한 번 이겼고 한 번 졌다. 그리고 권창훈, 이근호, 김진수, 권경원, 이청용이 탈락했다.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 2주였다. 부상과 부진으로 주요 선수가 낙마하면서 신태용 감독의 구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특히 소집 직전 권창훈의 부상 소식은 날벼락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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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기간 퍼즐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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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도 부족했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벽조차 뚫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보다 더 강하다. 그리고 홈 이점도 없다.

미완성의 팀이다. 선수를 점검하고 전술을 시험했다. 그러나 공격, 수비, 조직력, 체력, 전술이해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졌다. 온두라스 감독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감독은 덕담을 했으나 ‘립서비스’에 가깝다.

결정된 게 없다. 주 전술부터 ‘물음표’다. 부상자가 속출해 플랜A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르면서 기본 틀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신 감독은 다양한 옵션을 강조했다. 정보전이 시작된 터라 카드를 숨긴 부분도 있을 터다. 하지만 플랜B를 만들기 전 플랜A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

뒷문이 허술하다. 그 불안감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쓰고 여러 선수를 기용했지만 안정감은 떨어졌다. 국내에서 2주간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었으나 2주가 흘러도 달라진 것은 없다. 실점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베스트11도 미정이다. 폭 넓게 선수를 기용했으나 무한 경쟁 체제가 아니다.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이 선발 출전할 공산이 크다는 것만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이다. 장현수의 복귀로 수비라인도 얼굴이 달라진다. 또 바뀐다.

신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포백과 스리백이 핵심 문제가 아니다. 축구인은 수비라인에 숫자를 한 명 더 두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간을 뺏고 지키는 싸움에서 유기적인 호흡이 관건이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 같은 조직력이 미흡하다.

결정력도 보완해야 한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세 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골 맛을 봤으며, 황희찬은 도움 두 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정확한 마무리 패스로 더 많은 찬스를 만들지 못했으며 결정력 부족으로 그 찬스를 더 살리지 못했다. 더 좋은 위치의 동료를 활용하지 못했다. 선제 득점과 선제 실점, 어떤 경우든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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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의 무게와 국가대표의 자격.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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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소를 깨달은 만큼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산더미다. 월드컵이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무대이나 실제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상대를 까고 죽여야 이길 수 있다. 대표팀 안팎에서 독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4년 전보다 더한 창피를 당할 수 있다”라며 기성용과 손흥민이 작심발언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부임 후 여러 차례 투지와 희생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평가전을 통해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체력적으로 잘 준비돼 쉴 새 없이 뛰면서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끈이 풀어졌다.

월드컵에서는 운도 필요하다. 그러나 운도 실력이다. 실력이 뒷받침돼야 따라주는 것이다. 신태용호는 이빨을 다 드러낸 것일까. 통쾌한 반란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날카로운 이빨이 필요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보름 뒤 스웨덴과 운명적인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를 갖는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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