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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찰 피해' 현직 판사 "재판 영향 관선변호 더 이상 안된다" 사법부 미투 제안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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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찰 피해' 현직 판사 "재판 영향 관선변호 더 이상 안된다" 사법부 미투 제안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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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안 판사, 관선변호 실태 전수조사 및 근절운동도
양승태 사법부에 의해 사찰 피해를 입었던 현직 판사가 동료 법관이 사건담당 법관에게 전화해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관선변호’ 관행을 고백하고 이를 공개하는 ‘관선변호 미투운동’을 공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현직 판사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 실태조사도 제안했다.

특히 상당수 현직 판사들이 잘못된 관선변호 관행에 대한 이같은 문제의식에 적극 동의하거나 공감을 밝히고 있어 사법부 미투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관선변호’란 법관이 다른 사건 담당법관에게 전화하는 행위로, 헌법 등에 보장된 공정한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사법행정권 남용의 빌미를 주는 대표적인 관행으로 꼽힌다.

◆“관선변호 제로 사법부에서 재판하고 싶다”…전수 실태조사 및 근절운동 제안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는 차성안 판사(사법연수원 35기)는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과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서 “저는 ‘관선변호’하는 판사, 행정처 판사든, 동료판사든 ZERO, 단 한명도 없는 된 사법부에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면서 판사로서 재판하고 싶다”며 “2018년 5월29일 14시44부터, 우리 판사들 모두 판사하는 동안 절대로, 사건 담당하는 판사에게 재판 관련 내용으로 전화하지 맙시다”라고 관선변호 근절운동을 공개 제안했다.

그는 관선변호의 실태 파악 및 문제의식 공유 등을 위해 “2016년 판사들의 일정 수가 있는 온라인 공간에 올려 설문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며 현직 판사 전원을 대상으로 판사들의 ‘관선변호’에 대한 익명 전수 실태조사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관선변호 전수 실태조사에서) 별도 중요 상세 항목으로 행정처(처, 차장, 실국장, 총괄, 심의관 포함), 법원장(기획법관, 공보관 등 포함) 등 사법행정권자에 의한 관선변호를 경험한 양상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이런 논의를 기초로, 정상적인 사법행정의 일환으로서 사법행정권자와 재판부의 접촉이 극히 제한적으로 가능한 선진적 기준, 그 절차, 기록방식도 만들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얘기해 드릴 수 있는 판사님들은 5건밖에 안되지만, 3000명의 익명 전수 실태조사를 해보면 수백건은 나올 것“이라며 “정보에 어두운 저도 심하게 그런 전화를 하신 판사에 관한 소문을 들은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래라 저래라 전화 수준 아니지만, 관선변호는 세련된 방식의 재판영향 틈”

차 판사는 글에서 먼저 “영화에서 나오는 대법원장이나 행정처 고위법관이 재판장에 전화해 이래라, 저래라하는 수준의 사법부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선진국의 법관 1인당 3~4배 수의 판결을, 어느 선진국보다 빨리 처리한다. 이런 극도로 과도한 효율성의 강조는, 구술변론절차, 토론의 형해화를 낳고, 법정에서 형성되는 심증형성의 투명한 경로가 없다 보니 이를 전관변호사를 통한 변호나 관선변호를 통해서라도 보충하고 싶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욕망을, 사건당사자에게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선변호의 형태의 전화변론이 ‘일반’ 사건에서도 이뤄졌던 현실은 행정처에게 ‘세련된 방식’으로 파고들 틈을 준다”며 “우리 판사들 사회의 전체적인 무딘, 법정외 접촉에 관한 법관윤리의식이, 행정처에게 재판개입의 틈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우리는 너무 젖어 있어 우리의 인식개선만으로는 (관선변호 등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어야 하지 않나 한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우리에게는 그냥 뒷담화 정도만 하고 흘러가는 일들의 양상을 국민이 더 구체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고, 선진국 사법에서는 일방의사자 의사소통(ex parte communication)으로 모조리 법관윤리강령위반인, 행정처의 이번 재판개입 행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영화나 언론,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부풀여진 왜곡된 사법부상도 바로잡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선변호에 면박하고 법관 실명 공개하자” 제안

차 판사는 이를 위해 “앞으로 그런 전화(관선변호)를 하는 행정처 판사, 동료 판사가 있으면, 사건 내용 정보가 특정되기 전에, 면박을 줍시다. ‘부적절한 내용의 전화이십니다. 안된다고 거절해야지, 아는 사람이 부탁했다고 판사에게 전화하시면 어떻하십니까’”라며 “이런 면박은, 저도 판사되고 6째인 2015년부터야, 실천하고 있기는 합니다.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사법행정권자인 법원장, 행정처장에게 (관선변호를) 신고하고, 코트넷 게시판에도 공개합니다. 이름까지 공개할 수도 있고, 이름 빼고 그런 사실만 공개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차 판사는 “이런 면박에도 구체적 사건정보를 밝히며 관선변호를 감행하기까지 하는 판사가 나오면 중징계를 받아야 하고, 조사 결과 직권남용죄나 직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될만한 죄책이 나오면 형사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법률인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부정청탁방지법에도 사법부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해 관선변호를 사전차단하고 면박 및 신고를 할 의무를 명확히 부과하고 그런 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을 징계사유로 인정하자는 취지다.

◆현직 판사들, 문제에 대해 공감 많아…사법부 미투로 번지나

차 판사의 이같은 관선변호 미투운동 제안 등에 대해 일부 현직 판사들이 깊은 공감과 동의를 표시하고 있어 관선변호를 중심으로 사법부 미투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상황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관선변호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거부감이 많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선변호 근절 움직임이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판사는 지난 26일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하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결과와 관련해 판사 성향 분류 및 사찰에 연루된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하는 한편 법원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동료 판사와 함께 판사와 변호사에 대한 독립에 관한 UN특별보고관에 대한 진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차원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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