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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금)

우리 집 앞마당에 ‘터널 입구’가 생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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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56호선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촌-사내마을 구간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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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강원 춘천시 사북면 민가 앞마당에 터널 입구가 지나도록 설계된 도로공사 계획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28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발표한 ‘국도ㆍ국가지원지방도 5개년 건설계획’에서 국도56호선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촌~사내마을 구간에 1.2㎞ 길이 터널을 신설하기로 했다. 불편하게 산을 둘러가야 하는 고갯길 대신 산을 관통하는 직선 터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산하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11월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주민들에 알렸다. 주민 1명이 반대했지만 곧 보상에 합의하면서 원안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인근 군부대가 반대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격(사이)거리’가 문제였다. 부대는 탄약고 등 위험 시설 때문에 터널이 부대에서 최소 2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부대와 협의해 터널 위치를 옮기는 수정안을 만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수정안에는 터널 입구가 멀쩡한 민가 앞마당을 지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박주대씨는 문제의 수정안이 주민들 의견 수렴 없이 부대 입장만 일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토부가 수정안 공개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본보 통화에서 “관련 지인을 통해 어렵게 수정안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입구 건설 예정인 민가에 사는 주민으로, 현재 지촌~사내 터널공사반대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현재 지촌마을 40가구 주민 37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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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촌-사내 터널공사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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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측 보라색 선이 국토부가 추진 중인 지촌-사내마을 터널 구간, 빨간색 원 안은 박씨의 집. 지촌-사내 터널공사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구글 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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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수정안뿐 아니라 터널 공사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첫 번째 문제는 지촌~사내마을 터널에 국토부가 공사비로 책정한 308억원 만큼의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박씨가 지난 23일 주민들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차를 타고 기존 고갯길을 따라 지촌에서 사내로 넘어갈 경우 필요한 시간은 약 1분 20초다. 물론 해당 구간은 급커브에 경사가 있어 겨울철 빙판길 사고 등이 잦은 편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1분 20초 아끼자고 308억원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우체국, 초등학교 등 유동인구가 많은 면(面)의 중심 지역에 터널 진입로가 들어서는 점이다. 지역 주민 대다수가 노인인데, 터널 개통으로 차량 유입이 증가하면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처음엔 국토부의 수정안을 수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의견을 들어보니 300억원씩 들여 터널을 짓는 건 ‘국고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시학 원주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 사업관리팀장은 “터널 입구가 박씨의 집을 지나지 않는 새로운 수정안을 주민 설명회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올해 공사 구간을 확정하고, 내년 착공하는 게 목표”라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수정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예정됐던 설명회는 주민들이 사업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요식행위’로 규정, 파행을 빚으며 최종 무산됐다. 국토관리청은 조만간 다시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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