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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고려대·동덕여대 학생들 2차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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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K교수, 피해자 실명 공개", "동덕여대 H교수, 피해 학생 고소"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으로 2018년 봄 학기를 시작한 대학가가 학기 마무리를 앞두고도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직위해제 상태에서 학교 측 조사에 응하는 일부 교수들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학생들은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도록 학교 측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밝히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성평등대책위원회'는 24일 학내에 붙인 대자보와 언론에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K교수의 2차 가해 실태를 고발하고 학교 측에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K교수는 학교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다른 학교 교수, 대학원생들에게 피해자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미투 운동에 편승해 자신을 모함했다고 피해자들을 매도해왔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는 지난 3월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에 글을 올렸고, K교수는 '글의 논조를 보고 알았다'며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하며 만날 것을 요구했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학교 성평등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는 자체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K교수의 다른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고려대 성평등센터에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거나, K교수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며 알려온 학생은 20명이 넘었으며, 2007∼2009년 가장 많은 피해자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 속한 대학원생들에게 "사귀자"거나 "사랑한다"는 말로 강제추행을 하고, 자료 감상 등을 핑계로 DVD방에 학생들을 데려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학교 측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는 생각이 다릅니다'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 11시, 오후 3시에 학내 민주광장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H교수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교를 규탄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쓰는 행사를 열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짬짬이 민주광장에 들러 자신의 이름과 학번을 적고 H교수와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고소장에 빼곡히 적었다.

동덕여대 학생처장은 지난 17일 학교에 대자보를 붙여 H교수의 성추행 의혹 고발 이후 조사 경과를 공유했으나 학생들은 그 내용이 왜곡됐고, 2차 가해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위는 학교 측에 대자보를 떼어낼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직접 빨간색 펜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펜을 잡았던 비대위원이 학교 측에 붙잡혀갔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H교수는 성추행을 당한 학우를 고소하면서 피해 당사자에게 큰 압박이 되는 2차 가해를 했고, 그사이 학교는 경과보고서라는 이름의 대자보를 붙이며 2차 가해의 여지를 남기고 혼란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H교수는 지난 3월 수업 도중 미투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온라인에 H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H교수는 강력히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했지만, 학교는 진상조사가 먼저라며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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