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해자 정직 처분 규탄
동덕여대선 부실 조사 주장도
고려대 학생들이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 정경대학 후문에 붙은 ‘성폭력 가해 의혹으로 조사 중인 김모 교수를 파면하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읽고 있다. 이날 이 사건 피해자들은 대자보를 통해 해당 교수가 자신들을 회유한 정황을 폭로하며 학교에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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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번진 이후 ‘자정 작용’에 의해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지지부진한 조사와 미미한 처벌로 다시 확산되는 형국이다.
고려대 학생회는 23일 고려대 학내 게시판에 성추행을 저지른 국문과 김모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 대자보에는 약 2000여명의 학생과 시민의 서명이 담겼다. 학생회와 피해자는 파면 촉구 서명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대로 게시물을 계속 붙여 목소리를 높여 나가는 ‘릴레이’ 대자보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랑 뽀뽀하자, 나랑 자자, 나 좀 만져 달라”는 발언을 하며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성평등센터에도 김 교수의 성추행에 대한 제보가 20여건 접수됐다. 사태가 커지자 김 교수는 피해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들은 너도나도 “김 교수가 ‘내 얘기를 좀 들어 달라. 미안하다. 성폭행은 아니다’라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해 교수의 성폭력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가중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대 학생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징계위원회가 지난 21일 성폭력, 갑질, 횡령 의혹을 받은 H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규탄했다. 학생회는 “대학 측이 H교수의 복귀를 거부하는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30일 대규모 집단행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동덕여대에서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사퇴했던 교수가 해당 학생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 측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부실 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경희대에서는 교수 A씨가 대학원생을 상대로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등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졸업뿐만 아니라 좁은 음악 바닥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아직 관련 내용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제보가 접수되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대학교수가 가지는 권한은 막강한 데 반해 성폭력 관련 학교 규정은 약하고, 피해 사실을 밝히는 과정은 지난하다”면서 “학교에서 징계를 내린다 해도 교원소청위원회에서 보수적 결정이 나와 본징계도 무산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도록 인권 감수성을 지난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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