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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화려한 액션, 특이한 조합…법조 드라마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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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도란 판타지서 탈피

캐릭터 변주와 디테일 강화 등

새로운 요소 가미한 승부수로 법조 드라마 홍수 속 차별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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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현지에서만 세탁이 가능한 명품 정장을 입고 스포츠카로 질주하는 것을 즐긴다. 손에 문신을 새기고 조직폭력배 10여명을 혼자서 상대할 정도의 무술 실력을 가진 그는 tvN 토일드라마 <무법 변호사>의 남성 주인공 변호사 봉상필(이준기)이다. 지난 12일 첫 회부터 5~6%대 시청률로 출발한 <무법 변호사>는 바다를 낀 해안도시 ‘기성’에서 향판 등 부패권력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법조계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화려한 액션을 더해 ‘활극’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법조인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현실적인 영웅(히어로)’으로 그려진다. 거대권력에 맞서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직업군인 것이다. 최근에는 캐릭터 변주와 디테일 강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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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처음 방송한 KBS2 수목드라마 <슈츠>는 한국 최고 로펌 ‘강앤함’의 전설적인 변호사 최강석(장동건)과 뛰어난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 고연우(박형식)를 주인공으로 한다. 원작이 미국 드라마인 <슈츠>는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두 남성 변호사의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와 철저한 성과주의인 대형 로펌의 생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여타 법조 드라마와 차이를 보인다. 시청률 6~9%대를 기록하고 있는 <슈츠>는 수목드라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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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인물 조합과 1인2역이라는 장치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도 있다. SBS 수목드라마 <스위치>는 변호사들은 상상도 못해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기와 수사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사기꾼 사도찬(장근석)이 형사부 검사 백준수(장근석)·오하라(한예리)와 함께 악당 금태웅(정웅인)에 맞서는 이야기다. 사기꾼과 검사라는 신선한 조합에 배우 장근석의 1인2역을 더했다.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양형기준대로 판결하는 ‘컴퓨터 판사’인 형이 사라지자 형을 대신해 판사로 살아가는 전과 6범의 쌍둥이 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배우 윤시윤이 형과 동생 1인2역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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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처음 방송한 MBC <검법남녀>는 초임 검사 은솔(정유미)이 괴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과 함께 범죄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검사의 이야기에 시신 부검 등을 하는 법의학자라는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었던 직업을 조합했다. <검법남녀>는 시청률에서 4% 후반대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오는 21일 첫 방송을 타는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살인·비리 등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사건을 다루는 민사 재판부 이야기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쓴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직접 극본을 썼다. <미스 함무라비> 관계자는 “절대악에 맞서는 이야기가 아닌 생활 밀착형 드라마”라며 “현실적인 디테일이 많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드라마에서 법조인은 선망의 직업으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배경에 불과했다. 2010년대 들어 사회고발적 요소를 더하고 직업세계 내부를 상세히 묘사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개과천선>(2014), <펀치>(2014), <동네변호사 조들호>(2016), <굿 와이프>(2016), <비밀의 숲>(2017), <피고인>(2017)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나오는 법조계 드라마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불가피한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변호사·검사에 대한 직업적 로망이나 지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엔 직업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또 법조계 드라마가 늘어나다보니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변호사 캐릭터 등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차별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들 드라마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한다. 통상 재판에서 증인은 양측이 사전 조율을 통해 정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깜짝 증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의 영장 발부나 법정에서의 재판봉 사용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판사가 여전히 재판봉을 두드리는 등 권위적인 모습으로 많이 나온다”며 “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만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통쾌함을 주면서 동시에 직업적 완성도를 가지기를 원한다”며 “법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한 데 비해 단순히 캐릭터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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