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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POP초점]"리얼과 드라마 사이"…'범바너'를 즐기기 위한 첫 번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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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넷플릭스 제공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범인은 바로 너’는 드라마일까, 리얼 예능 프로그램일까.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임은 분명하다. 최근 예능버라이어티들이 ‘리얼’을 기조로 여러 갈래의 포맷들을 내놓는 상황에서 ‘범인은 바로 너’는 리얼 사이에 드라마를 끼워 넣었으니 말이다. ‘리얼’이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 소양으로 손꼽히고 있는 시기에 이런 유의 예능을 내놓는다니 심히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지상파 채널과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도 아니다. 오직 월정액을 내고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 덕분에 이러한 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최소화된 자막과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하게 차별된 포맷. ‘범인은 바로 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현재 190여 개 국가에서 1억 17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되어 2007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공격적으로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들을 내놓으며 세계 미디어 시장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6년부터는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한국에서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까지 앞장 서 제작하고 나섰다. 영화 ‘옥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 또한 이후 ‘유병재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코미디 공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지만 TV 시리즈의 경우 ‘범인은 바로 너’가 최초다.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내놓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그렇기에 ‘범인은 바로 너’에 주목되는 시선들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기대가 높아지면 조금의 실수에도 삐끗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첫 공개된 ‘범인은 바로 너’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 가장 먼저 발목을 잡았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 드라마를 녹여낸 것이 기존 리얼 예능에 익숙해져 있던 대중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 것.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녹아있었다. 첫 번째는 리얼과 드라마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모르고 시청하면서 아예 드라마가 ‘리얼’의 매력을 잡아먹은 것이었다. 설정 자체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는 쉽게 매력을 느낄 수 없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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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또한 기타 예능과 다르게 정해진 회차와 회당 에피소드들이 개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든 회차가 엮이는 유기성을 이루고 있기에 기존의 예능 시청자 층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해서 보자면 ‘범인은 바로 너’는 그저 그런 실패작일 뿐일까. 이러한 물음에 있어서는 ‘예’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들어 보인다. 설정만 이해한다면 ‘범인은 바로 너’는 그간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들을 가득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리얼과 드라마의 경계다. 과연 어디까지가 출연자들의 리얼한 행동이고, 드라마일까.

이에 대해서 프로그램을 연출한 조효진 PD는 3화를 예로 들어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3화의 내용은 탐정단의 이광수가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탐정단이 실제 살인자일 수 있는 이광수를 쫓으며 범인을 찾아가는 내용. 조효진 PD는 이에 대해 “거기에서 이광수에게 바로 ‘너는 살인자야, 연기를 해야 돼’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에 대한 단서들을 세팅해놓고 이광수는 멀리 위치시켜놨다가 눈을 가리고 해당 장소에 도착하게 만든다”며 “여기서부터 상황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사건을 진행시킨다”고 얘기했다. 결국 상황을 만든 시점부터는 모든 행동들은 멤버들의 ‘리얼’한 상황이다. 추리 상황을 실패한다고 해서 재촬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효진 PD와 김주형 PD는 첫 번째 상황에서 멤버들이 추리에 실패한다면 다른 방식의 시나리오를 매번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상황으로 가든 당시 추리는 모두 리얼이라는 것. 또한 게스트의 경우 대본이 존재하지만, 대본 이외의 상황은 모두 리얼이다. 김주형 PD는 이러한 게스트의 역할에 대해 게임 속 NPC(플레이어에게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우미 캐릭터)와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멤버들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은 리얼이다. 드라마 속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설정을 이해하고 들여다본 ‘범인은 바로 너’는 좀 더 색달랐다. 확실하게 보는 맛이 살아난다. 리얼과 드라마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캐릭터들에 집중하기 시작할 때 ‘범인은 바로 너’가 가지는 매력은 극대화된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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