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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디지털스토리] 미투에 노벨문학상 선정도 취소되는데…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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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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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렇게 밝혔다.

전쟁 등으로 노벨문학상이 시상되지 않은 적은 7차례 있었다.

하지만 올해처럼 성 추문으로 상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초유의 사태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에 대한 한림원의 미온적 대처에서 비롯됐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발생했다. 한림원의 종신 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서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18명의 폭로가 나왔다.

게다가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프로스텐손에 대한 해임 요구가 거세졌다.

그러나 한림원이 제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스웨던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한림원 종신위원 6명의 집단 사퇴까지 발생했다.

결국 문학상 선정에 필요한 위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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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성범죄 수사 오래 걸리고 처벌은 오리무중"

한국에서도 '미투'는 화두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졌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과 제도개선은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다.

서 검사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은 지난달 26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 등 전·현직 검찰 관계자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조사를 끝냈다.

그러나 핵심 인물이었던 안 전 국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 검사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사단은 수사 의지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3무(無) 조사단'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무부 성범죄·성희롱대책위원회도 '셀프 조사'의 한계를 비판하며 제도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검찰 내부 등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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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성범죄 사건 수사도 서 검사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성폭력 범죄 발생부터 피의자 검거까지 1년 넘게 소요된 건수는 1천122건으로 전체 2만1천457건 중 5%를 차지했다. 수사가 한 달 넘게 걸린 사건만 30%(6천409건)에 달한다

미투 폭로는 정치권, 대학가, 문화계, 체육계 등에서 쏟아졌지만 일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오리무중이다. 지난 3월 교육부가 연 간담회에서 학생 김모 씨는 "성폭력과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된 한 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는데 8개월이 넘도록 결과는 나오지 않고, 학교 측은 외부 감사 때문이라고만 할 뿐 다른 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 35명 가운데 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31.4%(11명)에 불과했다.

◇ 솜방망이 처벌에 미투 움츠러들어

법을 만드는 국회 내 상황도 비슷하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가 최근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서 성희롱, 성폭행 등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가운데 국회의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밝힌 여성 국회의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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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요원하다. 유승희 위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할지에 대해 "이번 설문은 현황파악을 위한 것이지 (가해자를) 색출해서 조사하고 처벌하려는 게 목표가 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피해자들이 직접 자기 피해 사실을 체크만 한 거라 거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최근 성범죄 피해를 알리려던 여성 A씨는 입을 닫았다. 지난달 전북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수사를 더 진행해봤자 가해자는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동안 여성을 추행한 범죄자가 받은 처벌은 기껏해야 벌금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인권단체 전 대표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A씨는 "친고죄 폐지 전에 당한 성범죄는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형법상 성폭력의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전에 이뤄진 사건은 처벌이 어렵다고 말한다. 친고죄 규정은 성추행 등 성범죄 발생을 인지한 지 6개월 안에 피해자가 고소·고발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A씨는 "어렵게 미투에 동참했지만, 예전 일을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 실질적 제도개선 필요…"경각심 갖고 입법해야"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성폭력 피해고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 변혁으로 이루어지려면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피해자가 망설임 없이 신고할 수 있게끔 성범죄 피해를 폭로한 순간부터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원스톱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가 함께 미투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지만 정작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에는 적극적이지 않아 법안 통과 절차가 멈춰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처벌 및 피해 지원에 관련된 법안은 총 139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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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PG)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뭔지 진단하는데 기여했다"면서도 "이것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의 여부는 결국 제도를 바꾸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경각심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 입법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법 체계 아래에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현행법 아래에서도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강간의 경우 최대 30년까지 처벌할 수 있지만 과거 동종사건의 형을 참고해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처벌 경향에서 벗어나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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