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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김현주의 일상 톡톡] '미투' 운동 그 후…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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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강하게 몰아쳤던 '미투(나도당했다)' 운동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합니다. 물론 미투 운동 이후 그간 일부 사회적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허술하게 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부당 인사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법무부 성범죄·성희롱 대책위원회는 '셀프조사'의 한계라고 비판했습니다. 자기 식구끼리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국회 내 성폭력도 대체적으로 묻히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강간 및 유사강간을 목격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50명이나 됐습니다. 심한 성추행, 스토킹을 목격하거나 들었다는 사람도 각각 100명을 넘었습니다.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가운데 국회의원도 있었고,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여성 국회의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윤리특위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비롯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성폭력 이슈에 대해 철저히 대응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최근 미투 파문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로 논란에 휘말린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지 않는 것은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다.

한림원은 이날 성명에서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서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18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다가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드러나자 종신위원 3명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무산되면서 이에 반발한 위원 6명의 집단 사직으로 이어졌다. 아르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지만, 한림원은 이후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강요된 형태로 서열관계에서 발생했다"고 성폭행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한림원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급기야 스웨덴 한림원의 첫 여성 종신 사무총장이었던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까지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프로스텐손도 뒤이어 사퇴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8명으로 구성되는 스웨덴 한림원은 12명 이상이 있어야 운영되도록 규정돼 있으나 8명이 사실상 한림원 활동에서 손을 떼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신분 공개하며 성범죄 피해 사실 알리기 쉽지 않아

앞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는 익명으로 이뤄진 조사임에도 국회 내에 성폭력 범죄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실태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번 설문은 국회의원과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는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총 2750여 명에게 설문을 돌렸으며, 이중 약 34.8%(보좌진 33.0%, 국회의원 16.4%)가 설문에 참여했다.

국회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 수신, 스토킹, 성희롱, 가벼운 성추행, 심한 성추행에서부터 성폭행 및 유사성폭행, 성폭행 미수까지 여러 형태와 범죄 수위가 총망라됐다.

주로 피해자는 여성이면서 낮은 직급인 경우가 많았고, 가해자는 남성이면서 높은 직급이 많은 편이었다. 위계질서와 권력관계에 의한 성범죄가 주종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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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을 직접 받은 사람은 19명이며 전원 여성이었다. 국회의원 피해자도 1명 있었다. 피해자는 4급을 제외한 전 직급에 골고루 분포돼 있었으나, 7급 이하가 11명(57.9%)이었다. 가해자의 직급은 6급 이상이 68.4%였고 4급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의원 가해자도 1명 있었다.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을 목격하거나 들은 사람은 106명이나 됐다.

다음으로 스토킹 피해를 직접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으로 전원 여성이었고 6명이 7급 이하였다. 가해자의 직업은 6급 이상이 70%였다. 스토킹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다는 사람은 110명이나 됐다. 나아가 성희롱 피해를 직접 입은 응답자는 99명이었고, 여성이 9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 국회의원도 1명 있었다.

여성은 전 직급에서 골고루 피해가 나타났으나 71%가 주로 7급 이하였고, 여성 응답자는 전 직급의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가운데 6급 이상이 80%였다. 국회의원 가해자도 8명이 있었다.

가벼운 성추행을 직접 당한 경우는 61명(7.0%)으로 여성이 59명, 남성 2명이었고 역시나 7급 이하에서 피해가 많았다. 가벼운 성추행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는 응답자는 291명이었고 국회의원 응답자도 9명이나 됐다.

뿐만 아니라 심한 성추행 피해를 직접 입은 경우도 여성 11명을 포함해 총 13명이나 됐다. 심한 성추행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은 146명이나 됐고, 국회의원 응답자도 5명이 포함됐다.

심지어 성폭행 및 유사성폭행 피해를 직접 입었다는 응답자도 2명(여성 1명, 남성 1명) 있었고, 성폭행 미수를 직접 겪었다는 여성 피해자도 1명 있었다. 성폭행과 유사성폭행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다는 응답자는 50명, 성폭행 미수 피해를 인지한 적 있는 응답자는 52명이었다.

이런 국회 내 성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성희롱 피해의 경우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장소는 일상적인 근무 공간인 '회관 사무실'이었고, 다음은 식당,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였다. 성희롱 피해는 여성의 경우 근무 중이나 퇴근 후를 가리지 않았다.

여성 피해자가 입은 성추행 역시 식당,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와 회관 사무실 등에서 발생했으며, 퇴근 후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여성(90명)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경우'가 48명,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갔다'가 12명으로 소극적 대응이 많았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이유는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2명)로 가장 많았고, '말을 안 들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3명)가 뒤를 이었다.

도움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가운데 절반 가량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국회 윤리특위는 보고서에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신분을 공개하며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쉽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폭로들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승희 위원장은 "익명을 철저히 보장하고 진행한 이번 설문은 가해자 색출이 목표가 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국회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 실태를 처음 파악했고 응답률이 높았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으며, 구체적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8명 "미투 운동 지지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개원 35주년을 맞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 향상과 남성들의 성평등 인식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일반 국민 1013명과 전문가 70명이 참여했다.

미투 운동 지지 여부에 대해 일반 국민 79.8%가 '지지한다'고 답했고, 14.4%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여성 83.8%, 남성 75.8%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국민 71.3%는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에 대해서는 62.0%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22.2%는 '남녀 평등하다'고 답했다.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의 경우는 성별에 따른 격차가 컸다. 여성은 77.0%, 남성은 47.6%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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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정책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성차별, 성불평등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지만,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한정되고 남녀 간 성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에 대해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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