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월 5일 규칙위원회를 열고 메이저리그, NPB리그에 도입된 자동 고의4구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자동 고의4구는 ‘스피드업’의 일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KBO도 2014년 말부터 투수 교체시간 및 연습 투구시간을 줄이고 4사구 후 보호대 전달 방법을 바꾸는 등 규정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자동 고의4구는 7일 현재 34개가 기록됐다. 경기당 평균 0.19개로 10구단 체제 이후 가장 적은 편이다. 사진=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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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현재 올해 치러진 177경기의 평균 경기시간은 연장 포함 3시간21분이다. 2014년(3시간27분)보다 6분가량 줄었다. kt가 3시간13분으로 가장 빠른 진행속도를 보였다. 가장 오래 걸린 롯데도 3시간29분으로 16분 차이였다.
자동 고의4구에 대한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도자들은 호평 일색이다. A감독은 “괜찮더라. 솔직히 얼마나 더 빨라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피드업이 주된 도입 배경 아닌가. 분명 도움은 된다. 고의4구를 하러 포수가 일어나지 않으며 투수가 공 4개를 던지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그런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되니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자동 고의4구, 하나 때문에 경기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는 없다. 자동 고의4구는 7일 현재 총 34개가 기록됐다. 경기당 평균 0.19개다. 5경기에 하나 꼴이다. 고의4구는 오히려 줄었다. 2017년에는 185개로 경기당 평균 0.26개였다. 10구단 체제 후 가장 적었던 2016년(140개)보다 비율이 떨어진다.
자동 고의4구가 기록된 것은 총 29경기다. 두 차례 나온 게 5경기였다. 자동 고의4구는 제한이 없지만, 지금껏 3개가 1경기에 몰린 적은 없었다.
자동 고의4구 경기 중 2시간대에 종료된 적은 4번이다. 올해 평균 시간보다 빨린 끝난 경기는 11번이었다. 37.9% 비율이다. 6경기는 4시간 이상 걸렸다.
10개 팀은 주요 상황에 따라 자동 고의4구 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자동 고의4구 경기가 무조건 빨리 끝난다고 정의할 수 없다. 적어도 경기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주요 상황은 곧 위기다. 자동 고의4구는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타자와 승부를 택하거나 더블 플레이를 노리기도 한다.
자동 고의4구 34개의 상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17번이 동점 상황이었다. 1점차도 6번이었다.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기 위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류중일 LG 감독(왼쪽)과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 LG는 자동 고의4구 7개로 가장 많이 신청했다. 반면, 두산은 1개로 한화와 함께 가장 적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주자가 없는 가운데 타자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적은 없다. 4월 3일 잠실 LG-두산전의 10회말 2사 1루의 오재일 타석을 제외하고 모두 득점권에 주가가 나가 있었다. 당시 LG 정찬헌은 오재일을 거르고 조수행과 승부를 택했다(결과는 삼진).
그 긴박한 순간, 투수의 폭투 혹은 포수의 포일이 나온다면 수비하는 팀의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터다. 차라리 자동 고의4구를 택하는 게 심리적으로 편할 수 있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B투수코치는 “누구보다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한 제구로 유인구를 던져 타자와 어렵게 승부를 펼칠 수 있다면 고의4구를 안 해도 된다. 그러나 (국내야구)현주소가 그렇지 않다. ‘아예 빼라’고 주문했던 이유다”라며 “이제는 그렇게 안 해도 되니 (폭투 불안 등이 없어)마음이 편하다”라고 전했다.
올해 고의4구 폭투 같은 진귀한 장면은 사라졌다. C포수도 “자동 고의4구는 타자보다 포수의 입장에서 정말 잘 만든 제도 같다. 부담이 덜하다. 내가 일어서서 옆으로 공을 빼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투수의 피칭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어 차라리 앉아서 공을 빼는 게 나을 때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자동 고의4구가 매번 공 하나 던지지 않고 타자를 출루시킨 것은 아니다. ’3B’에서도 볼 하나를 그냥 거르고 자동 고의4구를 택하기도 했다.
자동 고의4구는 주로 막바지에 나왔다. 7회 이후가 20번(연장 5번)으로 절반을 넘는다. 승부처라고 판단될 경우, 좀 더 빠르더라도 자동 고의4구 카드를 꺼냈다. 3회 자동 고의4구가 세 차례 기록됐다. 5회도 5번이었다.
그렇다고 자동 고의4구가 위기를 탈출하는 절대적인 방법은 아닐 터다. 막을 수도 있으나 막지 못할 수도 있다. 자동 고의4구를 신청한 팀이 승리를 거머쥔 적은 12번이다. 50% 승률도 안 된다.
자동 고의4구 후 다음 타자와 승부수를 띄웠으나 무실점으로 막지 못한 경우가 12번이었다. 35.3%로 셋 중 하나는 실점이었다. SK 로맥은 만루 홈런(3월 31일 대전 한화전)을 날렸으며, 넥센 박병호(4월 5일 고척 kt전)와 KIA 김주찬(4월 17일 광주 LG전)은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자동 고의4구 뒤 타자의 안타가 결승타로 기록된 적도 4번에 이른다.
자동 고의4구 후 투수를 교체하며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다섯 차례 있었다. 위기 속 등판한 투수가 팀을 구한 적은 3번.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낮은 확률은 아니다.
자동 고의4구는 10개 팀 중에서 LG가 7개로 가장 많았다. KIA(5개), 롯데, NC, 넥센(이상 4개)도 상위권이다. 반면, 두산과 한화는 1개로 가장 적었다.
투수는 구승민, 진명호(이상 롯데), 정찬헌(LG), 신재영(넥센), 엄상백(kt)이 2번씩 기록했다. 단, 자동 고의4구는 벤치의 판단으로 결정한다. 투수는 벤치의 주문을 따라야 한다.
타자는 투수와 다르다. 위협감을 주는 타자를 피하고 싶은 것은 10개 팀의 같은 생각이다. KBO리그로 돌아온 김현수(LG)가 3번으로 가장 많이 볼 4개 없이 걸어서 나갔다. 양의지, 오재일(이상 두산), 한동민(SK), 양성우(한화)도 2개씩을 얻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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