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몰카 탐지기 유행이지만 공포는 여전
-경찰 “단속보다 몰카 불안감 없애는 데 주력”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상경관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1층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작은 구멍 때문이었다.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건물을 이용하던 학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한 학생이 사진을 찍어 학생회와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이날 오후 신고를 받은 대학 총여학생회가 직접 고가의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들고 현장을 찾았고, 뒤이어 경찰도 현장에 나타나 주변을 수색했다. 경찰이 학교에 나타나자 이를 확인한 학교도 비상에 걸렸다. 경찰과 학생회, 교직원까지 나서 한낮의 ‘몰카’ 수색이 시작됐고, 1시간 수색 끝에 ‘몰래카메라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차례 소동이 끝난 뒤 학교는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위해 화장실 벽면에 난 구멍을 실리콘으로 막아버렸다.
경찰까지 나서 확인을 했지만, 학생들은 ‘몰카’에 대한 불안함을 씻을 수 없었다. 결국, 경찰과 구청은 다음날 다시 학교를 찾아 문제의 건물 전체를 다시 수색했다. 이날도 다행히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123rf] |
화장실 ‘몰카’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과 지자체, 학교까지 나서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공포감을 지우기 못하는 상황이다. 학생회까지 나서 고가의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단속하고 있지만, 정작 경찰 단속으로도 몰카 적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 촬영 혐의) 발생건수는 지난 2011년 1353건에서 매년 꾸준하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6470건을 기록했다. 6년 만에 발생 건수 기준으로 4.78배가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막상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를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이 이용하는 고성능 탐지기뿐만 아니라 일반에서도 쉽게 구입 가능한 보급형 탐지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탐지 능력은 모두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렌즈 탐지형 몰카 탐지기와 전자파 탐지형 탐지기 등 300여대를 구입해 운용 중이다. 비싼 탐지기의 경우에는 100만원을 넘는 고가를 자랑하지만, 탐지 조건이 까다로워 작정하고 숨긴 몰카를 찾는 데는 역부족이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몰카 범죄가 빈번한 공중화장실 등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단속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탐지기를 이용한 단속 자체가 적발보다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통해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크다”며 “그러나 실제 몰래카메라를 적발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몰카에 대한 불안감은 커서 대학교의 경우 총학생회가 직접 몰카 탐지기를 구매해 정기 순찰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도 시중에서 파는 ‘몰카 방지 스티커’ 등을 구매해 화장실 구멍 등에 사용하고 있지만, 몰카 동영상 유포 사례가 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도 단속을 더 강화했다. 경찰은 이달까지 몰래카메라 탐지기 100여대를 추가로 구입해 전국 경찰서에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대학가가 많은 경찰서와 여름철 몰카 범죄가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에 우선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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