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만7천명인데 난민 1만명, 긴장 불가피"
주민-난민 충돌사태…극우세력 가세·"산채로 태워라" 선동까지
그리스 레스보스 섬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
레스보스 섬 난민촌에는 매달 수천 명의 중동 출신 난민들이 터키를 통해 몰려들고 있다.
현지 주민들과 난민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레스보스 섬 주도(州都)인 항구도시 미틸레네에서 발생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전했다.
난민들은 지난 18일부터 이곳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왔다. 2년 전 문을 연 난민촌의 열악한 시설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섬을 떠나 자유롭게 그리스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300여 명의 현지 주민들이 난민들을 공격했다. 주민 가운데 일부는 "(난민들을) 산채로 태워라"고 소리쳤다. 그리스 극우 그룹들도 가세했다.
양측 간 충돌은 하루를 넘겨 23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최소 10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들은 주로 난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22명을 검거했는데 대부분 난민으로 전해졌다.
레스보스 시장 스피로스 칼리노스는 양측간 긴장 상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이 모두 2만7천 명인데 반해 난민은 이미 1만 명을 넘었다고 칼리노스 시장은 우려했다.
그는 "레스보스 주민들은 결속을 보여줬다"면서 "오랫동안 (그리스) 주민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이런 불상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난민들의 시위 [AFP=연합뉴스] |
그리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주 터키와 인접한 에게해 섬으로 몰려드는 난민들이 그리스 전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게 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중요한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1만5천500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에게해 여러 섬의 난민촌이 여유를 갖게 됐다고 그리스 이민부가 말했다. 이런 규모의 난민은 현지 수용 능력을 거의 3배 넘는 수준이다.
구호단체들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그리스 관리들이 난민들이 추가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려고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난민들이 섬에만 머물러야 한다며 그 이유를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가 법원의 제재를 받더라도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그리스 섬 지역 주민들과 난민들과의 긴장이 확산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와 터키가 난민들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기로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출신 난민들의 그리스 섬 유입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섬들로 유입되는 난민들은 매일 평균 120명 정도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한주에만 1천500명의 난민이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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