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샤오미·ZTE…게임 전용 스마트폰 속속 출시
삼성 갤럭시S, 애플 아이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게임에 특화한 전용 폰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조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이밍 폰은 최신 경향인 유려하고 얇은 디자인을 포기한 대신 AP, 램, 대용량 배터리 등 고성능 하드웨어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성능만 놓고 보면 100만원 전후의 프리미엄폰보다 오히려 더 나으면서도 가격은 50만~70만원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게임 기기 제조업체 레이저가 게이밍 폰을 내놓자 최근에 샤오미가 따라 진출했고 올 상반기 안에 중국 ZTE도 게이밍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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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의 게이밍 폰 레이저폰은 퀄컴 스냅드래곤 835 AP를 탑재했고 5.72인치 화면, 8GB 램, 64GB 저장공간, 4000mAh 배터리를 갖췄다. 레이저폰의 강점은 부드럽고 섬세한 화면이다. 레이저폰은 120헤르츠의 고주사율 화면을 장착했다. 보통 스마트폰의 화면 주사율은 60헤르츠(Hz)로 1초에 60장의 화면을 보여주는데 레이저폰은 주사율을 2배로 늘렸다. 1초에 보여주는 화면 수가 늘어나면 게임을 할 때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동작이 가능하다.
게이밍 폰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성능과 발열(發熱)을 잡는 기능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엠(M) 등 모바일 게임 대작들은 화려한 3차원(3D) 그래픽을 바탕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빠른 데이터 처리가 계속되면 프로세서의 발열이 생기는데 스마트폰은 기기 크기가 작다 보니 열을 식히기가 어렵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대부분 과열을 막기 위해 강제적으로 성능을 제한해 온도를 낮추는 스로틀링(throttling)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성능을 제한하면 게임이 뚝뚝 끊기게 된다. 샤오미의 블랙샤크는 스마트폰 내부에서 액체를 순환시키는 수냉식 쿨러 방식으로 다른 스마트폰보다 냉각 효율을 20배 정도 늘렸다.
◇틈새시장 개척할 수 있을까
일본 소니는 2011년 자사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와 연동하는 게이밍 폰 '엑스페리아 플레이'를 출시했다. 본체 뒷면을 옆으로 밀면 게임 조작기가 나와 휴대용 게임기 모습으로 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저장 공간이 400메가바이트(MB)에 불과한 데다 하드웨어 성능도 다른 스마트폰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당시 인기였던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와 닌텐도의 3DS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최근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50조원 규모까지 성장하면서 게이밍 폰이 다시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최신 기술인 증강 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실현할 수 있는 콘텐츠는 결국 게임"이라며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가성비가 좋은 게이밍 폰이 매력적으로 분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형태 기자(sha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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