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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긴장하면 한없이 멀어진다 … 농구 골대와 골프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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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짧은 퍼트, 자유투와 비슷”

거리 가깝고 방해 받지 않기 때문

결정적인 순간 되면 심리학 영역

중앙일보

아쉽게 PGA 투어 우승을 놓친 김시우는 ’마지막 홀 퍼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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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는 지난 16일 PGA 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공을 아주 잘 쳤다. 특히 강풍 속에서 샷 거리 조절이 탁월했다. 짧은 퍼트를 거푸 놓친 것이 패배의 빌미가 됐다.

15번 홀 1.2m 파 퍼트.

16번 홀 2.2m 버디 퍼트.

17번 홀 1.9m 파 퍼트.

18번 홀 1.9m 버디 퍼트.

이 4개의 퍼트를 다 놓쳤다. 바람이 불었고, 경사지여서 퍼트하기가 쉽지 않았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 중 하나만 넣었다면 연장전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김시우의 올 시즌 1.2m 퍼트 성공률은 88%였다. 1.8m 성공률은 61%, 2.1m는 52%다. 4개를 연속 실패할 확률은 1%도 안 된다.

골프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면 상상도 못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2016년 마스터스 1라운드 첫 홀 어니 엘스가 60cm 거리에서 6퍼트를 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엘스는 처음부터 불안해 보였고, 몇 번 퍼트를 놓쳐 패닉 상태가 된 후엔 25cm짜리도 넣지 못했다. 엘스는 경기 후 “(불안감에) 퍼트를 앞두고 백스윙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한 예는 많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홀 김인경의 50cm 퍼트는 특히 유명하다. 지난해 LPGA 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50cm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을 놓친 렉시 톰슨은 5cm 퍼트를 넣지 못한 적도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짧은 퍼트와 자유투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깝고, 수비수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투와 짧은 퍼트의 가장 비슷한 점은 평소엔 쉽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난도가 확 올라가는 것이다. 최상호는 “정상급 선수의 1m 퍼팅 성공률은 90%쯤 되지만 마지막 홀 우승이 걸린 퍼트라면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했다.

결정적 순간 자유투와 짧은 퍼트는 심리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승부를 가르는 자유투를 앞두고 어깨가 굳는 것은 물론 긴장감 때문에 눈앞이 하얘지는 공황장애 현상이 나타난다는 선수가 있다.

축구에서도 일반적인 페널티킥 보다 승부차기의 슛 성공률이 떨어진다.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실축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는 “중요한 순간 짧은 퍼트를 앞에 두고 실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상상해내기도 한다”고 했다. 보비 존스는 심지어 US오픈 우승을 가르는 8cm 퍼트를 앞두고 ‘이걸 놓치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적도 있다고 했다.

RBC 헤리티지에서 김시우가 마지막 4개 홀에서 놓친 퍼트 거리의 합은 약 7.2m였다. 상대인 고다이라 사토시가 연장 3번째 홀에서 넣은 퍼트(약 8m)보다 짧았다. 김시우로서는 자유투 4개를 놓친 반면 상대선수는 하프라인에서 던진 골이 들어가 진 격이다.

마이클 조던은 긴장된 상황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 그는 “프로 2년 차 플레이오프 보스턴 셀틱스 전에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자유투가 가장 어려웠다. 당시 내가 생각한 것은 기본이었다. 짧게 던지지 않겠다. 반드시 림에 닿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퍼트를 할 때도 그 생각을 한다”고 했다. 조던은 그 경기에서 63점을 넣었다. 조던은 긴장될 때는 농구 자유투처럼 프리샷 루틴을 정확히 지키라고 조언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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