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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볼넷 줄인 SK, 리그는 오히려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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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볼넷은 상대의 득점 확률을 높인다.” 투수의 볼넷에 대한 힐만 SK 감독의 생각이다. 모든 볼넷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다. 힐만 감독도 “기본적으로 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볼넷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끼친다. 단타나 볼넷이나 베이스 하나를 나가는 것은 같지만, 수비하는 투수와 야수, 팀의 생각은 다르다.

피로도가 크다. 괜히 투구수가 많아지며 고무줄 같이 늘어짐으로써 집중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볼 4개를 고를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안 내보내도 될 주자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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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12일 현재 13이닝 동안 57명의 타자를 상대해 볼넷 6개를 내줬다. 그는 팀 내 최다 볼넷 1위다. SK는 37볼넷으로 10팀 중 가장 볼넷 허용이 적다. 사진=김재현 기자


감독과 투수코치는 ‘볼넷 줄이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볼넷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를 초래할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K는 지난해 48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3.3개로 10팀 중 2위였다. 1위는 548개로 압도적이었던 삼성이다. LG(379개), 넥센(388개)와는 차이가 크다.

올해는 180도 달라졌다. 15경기를 치른 12일 현재 37볼넷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5개로 0.8개나 줄었다. 10팀 중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다. SK는 올해 가장 볼넷을 안 주는 팀이다. 1경기를 더 치른 롯데(76개)와는 2배 차이가 난다.

보통 볼넷이 줄어들면, 실점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볼넷이 적이진 SK는 평균자책점도 유일하게 3점대(3.86)다. 지난해 SK의 평균자책점은 5.02였다. 1년 사이 경기당 평균 실점은 5.3점에서 4.5점으로 감소했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우리가 힘겨웠던 부분을 되짚어 보며 ‘교훈’을 삼았다. 오프시즌 볼넷 감소를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과정이 좋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고 있다. 가장 달라진 변화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부임한 손혁 투수코치의 영향도 있다. 손 코치는 빠름 템포와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한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면서 3구 이내 승부하라고 강조한다.

2년 전 넥센 투수들을 지도했을 때와 같은 지도 방식이다. 넥센은 2016년 볼넷 435개로 가장 적었다. 2015년(518개)보다 83개나 줄었다. 지금까지 손 코치의 지도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KBO리그는 SK 같지 않다. SK의 볼넷 감소에도 KBO리그의 볼넷은 오히려 증가했다. 12일 현재 79경기에서 524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6.6개다. 지난해(6.3개)보다 0.3개 증가했다. 이마저도 좁혀진 것이다. 한때 0.5개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삼성(3.8개→3.4개), 두산(3.2개→3개), kt(3개→2.8개), KIA(3개→2.6개)도 SK와 마찬가지로 볼넷이 감소했다. 그러나 다른 5팀의 사정은 다르다. 롯데(3.3개→4.8개), 한화(3.1개→4개), LG(2.6개→3.4개), NC(3.3개→3.9개), 넥센(2.7개→2.8개) 등 5팀은 볼넷이 늘었다. 넥센을 빼고는 큰 폭의 증가다.

올해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관한 현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아웃코스에 공 하나를 더 봐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좁아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볼넷은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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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듀브론트는 15볼넷으로 한화 샘슨과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듀브론트만 볼넷 허용이 많은 것은 아니다. 롯데는 10팀 중 가장 많은 76볼넷을 내줬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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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자동 고의4구가 도입됐다. 그렇지만 고의4구는 0.24개로 지난해(0.26개)보다 적다. 또한, 고의4구는 볼넷과 별개로 기록된다.

투수의 제구가 향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에 대한 고민은 KBO리그의 과제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투수의 볼넷이 많은 편이다. 듀브론트(15개·롯데), 샘슨(15개·한화), 베렛(11개·NC)은 볼넷 상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셋 다 올해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기량 여하를 떠나 낯선 환경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볼넷 1위는 7번째 시즌을 치른 니퍼트(77개·당시 두산)였다. 꼭 새 외국인투수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니퍼트는 지난해 179⅔이닝을 소화했다. 올해 같이 우려를 나타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볼넷은 투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료의 플레이와 벤치의 사인은 투수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롯데와 NC는 주전 포수가 이탈했다. 롯데와 NC가 최다 볼넷 1,2위에 올라있는 데에는 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NC는 5일 마산 삼성전부터 6연패 수렁에 빠졌다. 1위였던 순위는 5위까지 곤두박질 쳤다. NC는 6연패 기간 28볼넷을 기록했다. 이전 10경기보다 평균 1.2개가 늘어났다. 고의4구 및 사구까지 포함하면 4사구만 32개였다. 같은 기간 롯데도 NC와 같은 볼넷 28개(2사구)를 헌납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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