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데스·기독당 연합, 3분의 2 의석 확보
잇단 부패 스캔들에도 ‘반난민’으로 여론 압도
‘반난민’ 정책을 내세워 헝가리를 민주주의에서 준독재 국가로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54)가 8일 총선에서 승리하며 3연임·4선을 확정지었다. 오르반의 우파 정당 피데스가 개헌 의석까지 확보하면서, 민주주의가 더욱 후퇴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이피>(AP) 통신은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93%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여당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 연합이 199석 가운데 133석을 차지하리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투표율이 69.1%로 예상보다 높아 여당의 압도적 승리가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왔으나, 여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개헌 가능 의석인 ‘3분의 2’를 차지했다.
여당과 반난민 정책을 상당 부분 공유하지만 최근 극우에서 반부패 중도우파로 이미지를 쇄신하려 노력중인 요빅당이 26석을 차지해 제1 야당이 될 전망이다. 사회민주당과 ‘헝가리를 위한 대화’ 연합은 9석이 줄어든 20석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22년까지 헝가리를 이끌게 된 오르반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자정 무렵 수도 부다페스트의 다누베에 있는 피데스 선거운동본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르반은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가 이겼다”며 “우리가 스스로에게 헝가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선언했다. 극우 정당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유럽연합(EU) 다른 나라에서처럼, 오르반 총리의 승리도 우파 정부의 강력한 반난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르반 총리는 1980년대 후반 소련군 철수를 주장하며 ‘자유주의의 총아’로 주목받았다. 1988년 헝가리계 미국인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에게 민주주의를 연구하겠다며 지원을 받아냈고, 소로스의 도움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35살이던 1998년 4년간 총리를 역임했으나,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우파 민족주의자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자신이 헝가리를 무너뜨리려는 소로스 등의 음모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오르반은 유럽연합의 주요 사회기반시설 지원에 의존하면서도 프랑스나 독일에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독재 시스템을 가진 터키, 러시아와 친밀하다”고 분석했다.
8년간의 야당 생활을 거쳐 2010년·2014년 재집권에 성공한 오르반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 점점 더 거친 반난민 수사를 쏟아냈다. 난민을 “독”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 수천만명이 헝가리에 테러와 범죄와 성폭행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에 맞서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철조망을 세워 난민 유입을 막았고, 유럽연합의 난민 수용 정책 개혁 논의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반난민 수사가 난폭해질수록 오르반의 지지율은 급등했고, 오르반은 점점 더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앞세우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선거에서 피데스의 고위 당직자들이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고 언론 통제 논란이 불거졌지만 반난민 레토릭이 그 모든 혐의를 덮었다고 평가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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