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호퍼 장관, 난민가족재결합에 엄격 잣대…사민 측 반발
대연정 협약 체결 후 담소하는 獨 지도자들 [AFP=연합뉴스] |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4기 내각이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내부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독일에 정착한 난민의 해외 가족을 입국시키는 문제를 놓고 보수성향의 기독사회당과 중도보수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난민 가족 재결합 문제는 대연정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였다가 오는 8월부터 매달 1천 명의 가족을 수용하는 것으로 절충한 사안이다.
논란은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고향부 장관이 관련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족의 입국 자격에 대한 상당한 제한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언론이 입수한 법안 초안에는 입국 자격을 난민의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 미성년 난민의 부모로 한정했다.
난민의 성년 형제와 성년 난민의 부모 등은 제외됐다.
더구나 독일에서 사회복지 수당을 받는 난민을 가족 재결합 자격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당수의 난민이 사회복지 수당을 받는 터여서 해외의 가족을 데려올 수 있는 난민은 상당히 제한되는 셈이다.
이에 사민당 측에서 들고일어나자 내무부는 사회복지 수당을 받는 난민을 제외하는 내용이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대신 위협이 될만한 인물들을 가족 재결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호퍼 장관은 최근 뉘른베르크의 연방이민난민청을 방문할 때도 새 법안이 난민의 가족 입국자 수를 상당히 줄일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또한, 제호퍼 장관은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난민 가족이 우리의 사회복지 시스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내무장관 [AP=연합뉴스] |
제호퍼 장관의 이런 행보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보수층 유권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난민에 부정적인 보수층의 구미에 맞추는 것이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기사당의 텃밭인 바이에른 주(州) 의회 선거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자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호퍼 장관 등을 겨냥해 "너무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를 상대로 "국가의 모든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제호퍼 장관에 대한 견제를 주문했다.
사민당의 랄프 슈테그너 부대표는 페이스북에 "사민당은 우리가 동의한 합의안에서 1㎜도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기사당의 알렉산더 도브린트 의원그룹 대표는 사민당이 사회주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당의 주요 정치인인 게오르크 뉘슬라인도 사민당이 난민 합의안에 대한 보수적인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면 대연정이 깨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제호퍼 장관은 최근 메르켈 총리와도 이슬람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호퍼 장관이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메르켈 총리는 이슬람교도들이 독일이 일부라고 언급하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아직 메르켈 총리는 난민 가족 재결합 문제에 대해서는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 인상이다.
울리케 뎀머 총리실 대변인은 "정부는 난민이 가족과 재결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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