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스몰캡 100] (8) 회로기판 검사장비 업체 고영테크놀러지

3D 검사장비 세계 점유율 50% 넘어

고영 직원이 3차원(3D) 공정 검사장비(AOI)를 테스트하고 있다. 완성되면 제품의 뒷면 하단에 담당직원의 이름이 새겨지고 포장 후 인천과 부산으로 보내진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잠재력이 느껴지는 회사다. 그 원천은 기술에 대한 강한 자부심 덕분이다. 이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기(氣)가 느껴진다'이다. 엔지니어 출신 대표와 도전을 겁내지 않는 직원들과의 시너지는 고영을 '시장 파괴적인 회사'라는 특별한 별명을 안기며 글로벌 1위업체로 이끌었다.

■검사장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지난 9일 찾은 고영 경기 광명공장의 첫 느낌은 정밀기계 연구소와 같은 이미지였다. 슬리퍼를 갈아신고 들어가면 한눈에 봐도 정밀한 기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사각형의 장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대 185대의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이 공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하나의 장비마다 한 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일명 '마이 머신제'를 도입한 덕분이다.

고영 관계자는 "자신이 만드는 장비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제품 완성 후 직원의 이름을 뒷면에 새겨 넣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전 세계 검사장비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3차원(3D) 검사장비다. 너도나도 3D를 외치고 다니는 세상이지만 고영의 장비들은 시장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고광일 대표는 "과거 2차원(2D) 장비로 검사할 때는 인쇄회로기판(PCB)이 나오면 사람이 옆에 서서 일일이 불량을 확인했다"면서 "고영이 3D 검사장비를 내놓은 것은 일종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고영의 핵심기술은 사물을 촬영한 후 데이터로 전송해 3D 영상으로 만들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PCB를 41번에 걸쳐 촬영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 때문에 제품의 잘못된 부분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명 공장 제품 테스트 방식 역시 동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3D 검사장비는 이전 공정 설비의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가 아니더라도 품질 관리 차원에서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광명공장에서 제품 테스트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마친 후 봉인작업을 하고 수출을 위해 인천과 부산으로 보내진다.

■더 파괴적인 제품이 온다

광명공장의 9층은 3D 인쇄회로장비(SPI) 모델을 생산하고 있고 10층은 3D 공정 검사장비(AOI)가 작업 중이다. SPI 장비는 PCB의 전공정 검사장비로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캐시카우다. 특히 고영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이끈 장비로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SPI가 고영의 과거와 현재라면 PCB 후공정 장비인 AOI는 미래를 책임질 핵심 아이템이다. 특히 SPI 장비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AOI의 의미는 남다르다.

고 대표 역시 AOI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3D SPI 장비시장이 대략 1700억원 규모인데 비해 AOI는 4000억~6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여기에 과거 고영의 성장과정에서 볼 수 있듯 신규수요를 끌어내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AOI 장비는 SPI 장비보다 크기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한 단계 위인 모습이다.

진흥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고영의 3D SPI 검사장비는 공정효율을 개선시켜 생산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전체 매출의 85%가량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고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해마다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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