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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대표팀에서 사라진 중국파, 한국 축구에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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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신태용호 선수들이 20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아일랜드축구협회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가깝다는 3월 유럽 원정 명단을 살펴보니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그 동안 대표팀, 특히 수비라인의 중심을 이뤘으며 한국 축구의 큰 논란을 던졌던 ‘중국파’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이번 멤버 23명 중 K리거가 14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5명, 일본 J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4명이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공개한 6명의 예비 명단도 한국과 일본,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지난 겨울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영권과 권경원, 두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은 결국 빠졌다.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이 대표팀 명단에 없었던 적을 찾아봤다. 2014년 1월 홍명보 감독 시절 미국 전지훈련이 가장 최근이었다. 사실 그 명단은 브라질 월드컵 대비 전지훈련을 위해 A매치 기간이 아닐 때 진행됐기 때문에 국내파가 대다수일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J리그 선수들이 포함됐을 뿐이다. A매치데이 정예 멤버로 따지면 ‘중국파’ 없었던 경우는 더 오래됐다는 얘기다.

중국에 있는 선수는 실력이 떨어지고, 중국에 없는 선수는 기량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장현수와 홍정호, 정우영 등 이번에 유럽으로 떠난 수비 자원 중 3명의 무대는 지난해까지 중국 슈퍼리그였고 중국으로 가기 전엔 일본과 독일에서 활약했다. 신 감독도 지난해 8월 이란과의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지금 중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다”며 대거 선발했다. 5~6명의 ‘중국파’들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면서 이런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여겨진 적도 있었다.

선수들이 돈을 좇아 중국으로 가는 것 역시 나무랄 순 없다. 다만 군 문제까지 해결한 20대 중반의 유망주들이 ‘세계 축구의 본산’이라는 유럽과 부딪히지 못한 것은 돌이켜 생각하면 아쉽다. 신 감독은 지난 12일 기자회견 때 “매일 자고 일어나면 수비라인을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뒷문 단속에 문제가 있음을 토로한 셈이다. 월드컵 본선은 예선과 다르다. 한국이 가장 수준 낮은 팀에 속하기 때문에 수비가 허술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기성용 등 창의적인 공격수 및 미드필더를 여럿 보유하고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고민하는 이유다.

신 감독 부임 이전부터 대표팀엔 확실한 수비수가 없었고 아시아 팀들의 쉬운 역습에도 곧잘 실점하는 등 불안한 장면을 쉴 새 없이 노출했다. 대표팀 수비 불안과 태극전사들의 ‘중국 러시’ 시기가 겹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축구계 일각에선 ‘차이나 머니’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들이 슈퍼리그에 속속 진입했고 한국 수비수들이 이들과 충돌하며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며 중국 진출의 순효과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 수비의 오랜 정체를 보면 그런 주장이 맞는지에 물음표를 달게 된다. 신 감독은 부임 뒤 김민재, 윤영선 등 K리그 수비수들을 과감하게 뽑아 경쟁 체제를 구축했고 이들이 결국 낙점받는 모양새다.

슈퍼리그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한도를 아시아 쿼터 없이 3명으로 줄였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줄줄이 떠났다. 지금 남아 있는 김영권과 권경원도 아시아 쿼터가 인정되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출전 기회를 갖고 있다. 이들도 이른 시일 내에 중국 외의 다른 행선지를 모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파’가 사라지더라도 그 현상 만큼은 좋은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중국으로의 연쇄 이동이 한국 축구라는 ‘큰 숲’에 무엇을 남겼는가는 계속 연구해야 할 숙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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