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가량 지지자 연설에서 비전·정책 설명없이 반이주 구호만
연설하는 오르반 총리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4월 총선에서 네 번째 총리직에 도전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5)가 15일(현지시간) 혁명기념일을 맞아 열린 집회에서 반(反)난민 정서를 자극하며 막말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보슬비를 맞으며 부다페스트 의회 앞에 모인 지지자 수만 명을 향한 연설에서 "아프리카는 우리 문을 발로 차 부수려 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이미 침략당했으며, 손을 든 채 무방비로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미래를 얻기를 바란다"며 "이민을 중단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오르반 총리가 이날 25분가량 연설을 하며 정치 비전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오직 난민·이주민 문제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 연설을 듣는 지지자 |
지지자들은 오르반 총리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앞서 이들은 집권 여당인 피데스를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과 헝가리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반정부 집회도 열렸지만 그 규모는 친정부 집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피데스는 1980년대 말 진보적인 성향의 반(反)소비에트 청년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우경화 성향을 띄기 시작했으며, 최근 몇 년 새 부쩍 반난민 기치를 강조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3년간 난민에게 국경을 여는 EU 정책 반대의 선봉에 섰으며, 국경 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난민·이주민을 겨냥한 오르반 총리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에도 "이민자들이 우리의 안보와 생활방식, 기독교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급격하게 증가한 난민을 유럽 위로 드리운 먹구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헝가리 출신 미국 부호 조지 소로스가 오르반 총리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난민 지원 시민단체를 후원하자,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다음 달 8일 열리는 총선에서 피데스가 승리를 거두고 오르반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르반 총리 지지자들 |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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