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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암도 뺏지 못한 그녀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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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네덜란드 멘텔-스피

16년전 정강이 종양 다리 절단

평창 준비 중 암 재발 청청벽력

목·늑골에 퍼져 투병 중 출전

소치 이어서 2연패 인간 승리

美 ‘의족 댄서’ 퍼디는 은메달
한국일보

비비안 멘텔-스피가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역주하고 있다. 정선=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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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비비안 멘텔-스피(46)가 평창에서 또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를 완성했다.

멘텔-스피는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여자 하지장애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팀 동료 리사 번스초텐과 레이스 도중 서로 부딪쳐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년 전 소치에 이은 대회 2연패다.

멘텔-스피의 평창 패럴림픽 금메달은 기적에 가깝다. 평창을 준비하던 멘텔-스피는 지난해 7월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 식도, 늑골 등 암세포는 다양한 부위에 퍼졌다. 일반 스노보드 선수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당시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돼 한쪽 다리를 절단했던 아픔에 이어 또 다시 찾아온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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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멘텔-스피. 정선=김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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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텔-스피는 두 번째 암 소식에 곧바로 훈련을 중단하고 방사능 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엔 목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패럴림픽을 준비하는데 큰 차질을 빚었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오히려 더욱 강인해진 기분”이라며 암 투병 중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목이 뻣뻣하고, 여전히 통증도 있지만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평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멘텔-스피는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아팠지만 이렇게 우승을 해 기분이 정말 좋고, 값진 경험을 했다”고 기뻐했다. 이어 “사실 지난 여름 암 투병을 했고, 지금 목에 상처도 있는데 안에 티타늄이 들어가 있다”면서 “훈련도 대회 3주 전부터 겨우 소화했다”고 지나온 과정을 설명했다. 멘텔-스피는 이번 금메달로 세상에 희망을 심어주고자 했다. 그는 “항상 인생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거침 없이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장애가 아닌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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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퍼디가 은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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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댄서’로 알려진 미국의 에이미 퍼디(39)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19세 때 세균성 수막염으로 양 무릎 밑을 절단했던 퍼디는 스노보드를 타며 다시 일어섰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로봇과 격정적인 삼바 댄스를 소화했고, 미국 댄스 경연 TV 프로그램에 ‘댄싱 위드 더 스타’에도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4년 전 동메달 그리고 평창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퍼디는 경기 후 “열정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날마다 도전하고, 열정이 남아 있을 때까지 계속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선=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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