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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황금빛 내 인생' 종영] 파란만장 일대기…마침표 대신 '찝찝한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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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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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황금빛 내 인생'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대기의 마지막은 행복한 마침표 대신, 찝찝한 물음표 하나를 남긴 채 매듭지어졌다.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연출 김형석)은 지난 2017년 9월 2일 1회를 시작으로 약 7개월간 52회 방송, 2017년 3월 11일 종영됐다. 초미의 관심을 받던 종지부는 '열린 결말', 반쪽짜리 해피엔딩이었다.

이날 아버지 서태수(천호진)가 죽고 슬픔에 찬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평소 기타를 치는 것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위해 인근 공원에 미니 콘서트장을 만들어 그를 데려갔다. 서태수는 원 없이 기타를 쳤다. 공연을 마친 서태수는 휠체어를 끌던 서지안이 잠시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서지태(이태성)는 "우리 아버지 행복한 미소 짓고 떠나셨으니 아버지 믿고 맘 편히 보내드리자"라고 가족을 위로했다. 최도경(박시후)은 서지안의 가족을 볼 염치가 없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서지안은 고대하던 핀란드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 기일에 맞춰서 1년 만에 귀국한 서지안은 우연히 최도경을 발견했으나, 모른 척했다. 최도경은 이모부 정명수(유하복)에게 해성그룹을 넘기고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운명은 두 사람을 이끌었다.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에 나간 서진안, 그 자리에서 최도경을 만났다. 최도경은 서지안에게 "모르는 사이로 다시 시작하자"며 다가갔다. 서지안은 "헬싱키로 돌아가야 된다"며 거부했다.

최도경은 굴하지 않고 "왜 안 되냐. 장거리 연애 하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같이 만나보고 연애할지 말지 결정하자"라고 구애했다. 이어 "1년이 지나도 바보 같았던 내가 난 억울했다. 바보 같은 나한테 당했던 넌 안 억울했냐"며 "잊었다면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처음 만난 사람처럼 다시 시작하자"고 다가갔다.

서지안은 "인연이라면 또 보겠죠"란 말만 남기고 다시 핀란드로 돌아갔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지안은 그곳에 찾아온 최도경과 또다시 마주했다. 아직 그를 잊지 못했던 서지안은 최도경이 너무 반가웠고, 최도경은 "핀란드 자작나무가 필요해서 출장 왔다. 앞으로 자주 올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장거리 연애할만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황금빛 내 인생'의 7개월 훌쩍 넘는 대장정은 각종 희로애락으로 넘실댔다. 시작부터 거셌다. 성추문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박시후를 남자 주인공으로 택했고, 지상파 주연으로서는 입증이 부족했던 신혜선을 여자 주인공으로 택했기 때문. '밀어붙이기식' 캐스팅으로 비쳐 구설의 중심에 섰던 '황금빛 내 인생'이었다.

1회 시청률은 논란을 증명하듯, 바닥을 쳤다. 기본 20%대로 시작한다는 KBS 주말극이지만, 19.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월계수양복점신사들' '아버지가 이상해' 등 전작들의 명성을 이어받지 못했다. 이는 2년 만에 나온 해당 시간대 최저 시청률이었다.

탄탄한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은 번졌고, 역전의 서사는 시작됐다. 진부한 출생의 비밀, 전형적 캔디 스타일의 여주인공 등 '막장' 요소가 다분했지만 집필을 맡은 소현경 작가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져 호응을 얻어냈다. 출생의 비밀은 한 달만에 말끔히 밝혀졌고, 악녀인 줄로만 알았던 가해자의 사연과 심정도 자세히 그려 보는 이들을 납득시킨 것.

2주 만에 10%P 가까이 훌쩍 뛰어 4회에는 28.4%를 기록했다. 호조는 이어졌고, 8회 30%를 돌파했다.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입소문은 번졌고, 16회 35%를 뛰어넘었다. 30회에는 가뿐히 '마의 40%'를 넘어 41.2%를 기록하더니, 이후에도 50회까지 10번을 '마의 40%'를 넘기는 기염을 토해냈다. 44회에는 44.6%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전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최고 시청률 43.3%), '넝쿨째 굴러온 당신'(최고 시청률 45.3%), '내 딸 서영이'(최고 시청률 47.6%) 등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록이다.

치솟은 것은 시청률 지표뿐이 아니었다. 출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 역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시후의 '성추문'은 잊혀진 지 오래였고, 신혜선은 주연급으로 우뚝 섰다. 두 사람은 '2017 KBS 연기대상' 우수상(장편드라마 부문)을 나란히 휩쓸기도 했다. 극중 서태수 역할을 맡아 이 시대의 아버지를 눈물로 열연한 천호진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그는 연말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대로 황금빛 탄탄대로를 걸을 줄만 알았던 '황금빛 내 인생'. 높은 인기 맛에 취한 탓일까. 무리한 설정이 쏟아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상 이상의 재벌가 갑질, 주인공의 기억상실, 죽음을 암시했다가 외딴곳에서 발견되는 등 억지스러운 설정이 가미됐고, '막장 탈피'라는 작품의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황금빛 내 인생'은 '상상암'이라는 황당무계한 암초를 만나 난파 위기에 처했다. 위염 증세를 보여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던 서태수는 상상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데에 이어 다시 위암 확진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상상암'이라는 낯선 병명에 당혹감을 표했다. 방송 직후 '상상암'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려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당시 시청률에 혈안이 됐다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으나, 그동안 가족에게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꼈던 서태수의 속사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됐다는 동정 여론 또한 존재했다. 결굴, 서태수는 다시 한번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사망해 완전한 행복을 찾은 가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찝찝한 물음표 하나가 남았다. '대체 누구의 인생이 '황금빛'이었는지?' 묻고 싶어 지는 대목. 52회, 7개월여간의 대장정 동안 내내 울고 화내고 고생만 하던 아버지 서태수의 죽음. 큰아들 서지태의 말마따나 "미소 짓고 떠나셨으니"라는 말로 보는 시청자마저 괜찮아질 턱이 없다. 역경을 이겨내고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황금빛 내 인생'이었으나, 중간에 힘을 잃어 갈팡질팡해댔다. 걸작으로 길이길이 남을 뻔했으나, 용두사미에 그친 모양새가 아쉬울 따름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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