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노벨상’ 프리츠커상 받은 도쉬
“집이 생기니 사람들 달라지더라”
저소득층 8만명 거주 주택단지 등
인도 사회·자연에 맞는 건축 추구
“화려하지 않지만 진지하다” 평가
“집이 생기니 사람들 달라지더라”
저소득층 8만명 거주 주택단지 등
인도 사회·자연에 맞는 건축 추구
“화려하지 않지만 진지하다” 평가
![]() |
인도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쉬가 1989년 인도 중부 도시 인도르의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설계한 주택단지. [사진 The Pritzker] |
1989년 인도 중부 도시 인도르에 저소득층을 위해 지어진 주택단지를 설계한 인도 건축가 발크라쉬나 도쉬(90)가 한 말이다. “내 평생 작품 활동의 목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힘을 북돋워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집 자체가 삶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을 변화시키고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7일(현지시간) 인도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도시설계가이며 교육자인 도쉬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도 건축가가 프리츠커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미국 시카고 부호가문 프리츠커 가(家)가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의미 있고 일관적인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기리기 위해 1979년부터 시상해왔다.
9명으로 구성된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도쉬의 건축은 화려하거나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진지하다”며 “그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열망과 깊은 책임감으로 공공 기관과 교육·문화 시설, 주택 등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하며 높은 퀄리티와 진정성이 담긴 건축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또 “도쉬는 인도의 전통은 물론 사회·환경·경제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덕분에 그의 건축은 지속성(sustainability)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 |
도쉬의 건축 설계 스튜디오 ‘산가스’(1980). 인도의 자연과 기후,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잘 반영된 건축물로 꼽힌다. [사진 The Pritzker] |
수상 소식을 들은 도쉬는 “인도 정부와 지자체가 좋은 건축, 바람직한 도시 설계에 대한 뜻이 있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0년 동안 농촌에서 작업을 해오다가 인도의 미래를 걱정하며 저가주택을 설계했다”며 “이제 그들에게는 집이 생겼고, 삶은 달라졌으며,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상은 저의 스승 르 코르뷔지에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그의 가르침은 저에게 인도 건축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했으며, 지역민에게 맞는 주택을 설계하며 현대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고 말했다.
![]() |
발크라쉬나 도쉬 |
54년 르 코르뷔지에가 맡은 찬디가르 신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54년 인도로 돌아왔으며, 60년대에는 ‘인디안 인스티튜트 오브 매니지먼트’(IIM)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거장 건축가 칸과 함께 일했다. 이후 그는 아마다바드에 건축 전문 대학(SAP·CEPT대학으로 이름 변경)을 설립했으며 미국 일리노이대 방문 교수를 지내는 등 해외 곳곳에서 강의해왔다.
도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설계 스튜디오인 ‘산가스’(1980)다. 이곳은 자연광이 잘 들어오고, 재료의 60% 이상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썼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그의 건축은 시(詩)적인 동시에 기능적”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2015년 프라이 오토에게 프리츠커상을 준 데이어 90대의 건축가를 또 선정한 것은 프리츠커상이 생애에 걸친 작업 전체에 대한 평가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의 수상자 면면을 보면 요즘 다핵화되어가는 세계의 지역성 특성을 인정하고, 건축의 공공적 성격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수상자 중에는 지역성에 기반을 둔 ‘토종 건축’으로 주목받은 중국 건축가 왕슈(2013), ‘재난 건축가’라 불리는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2014), ‘생태 건축 거장’이라 불리는 프라이 오토(2015), 칠레의 ‘사회참여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등이 있었다. 지난해 역시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30여년간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업해온 무명의 스페인 건축가 3인조가 수상했다. 휴머니티에 방점을 찍고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해온 건축가를 발굴하겠다는 재단 측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상식은 5월 캐나다 토론토 아가탄 뮤지엄에서 열리며, 도쉬는 이번 수상으로 상금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받는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도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쉬가 1989년 인도 중부 도시 인도르의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설계한 주택단지. [사진 The Pritzker]](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8/03/09/d236b8a200744e78bea4117f93da2793.jpg)
![도쉬의 건축 설계 스튜디오 ‘산가스’(1980). 인도의 자연과 기후,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잘 반영된 건축물로 꼽힌다. [사진 The Pritzker]](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8/03/09/a1edba1a02334463ba887e09a94cd02b.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