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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원 박사의 ‘성경(性敬) 시대’]중년남자에게 제일 좋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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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원 박사의 ‘성경(性敬) 시대’]중년남자에게 제일 좋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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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섹시한 여자를 봐도 아래쪽은 꼬물꼬물도 하지 않는다. 그 속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허세를 떨어야 얼굴이 서는 것 같아 ‘누가 누가 잘하나’ 하면서 입에 거품 물고 자랑질을 한다.

이 모든 게 수컷들의 서글픈 전쟁이다. 말로 밀리면 안 될 것 같고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우선 허풍이라도 떨어보지만 돌아서서 집으로 오는 길은 공허하고 쓸쓸하다. 물론 바지 내리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은 없고, 그저 아내들만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남자의 자기 것에 대한 불만은 76%이지만 여자는 남편의 발기상태에 대한 불만이 85%였다.

PDE-5는 음경해면체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류 유입을 가능하게 하는 효소인 cGMP를 분해하는데 발기부전치료제는 이를 억제함으로써 발기를 유발한다. 그렇다고 손 안 대고 코 푸는 건 아니고 아내가 살살 달래줘야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가 물을 흠뻑 먹고 기지개를 켠다. 화룡점정은 아내(?)가 딱 찍어야 제맛이 난다. 그러니까 아내의 손은 약손이 된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이 56.5%에 달했다. 부작용 증상은 안면홍조 52.1%, 가슴 벌렁거림 14%, 두통 11.6%, 소화불량·현기증 5%순으로 나타났다. 머리가 띵하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얼굴이 뻘게지는 정도인데 먹어보고는 싶으나 그거 무서워 벌벌 떨며 장 못 담그는 ‘찌질이’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비아그라를 복용한 발기부전 환자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아그라를 먹은 후 아내들의 만족도가 92.1%로 나타났으니 깨알 같은 고통은 참아주고 먹어주셔야 참 괜찮은 남편이 될 것이다.

고개 숙인 남자들의 반려의약품, 발기약 절대강자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Generic)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춘추전국시대가 왔다.

그토록 참 좋은 약을 비뇨기과에서 처방받아야 살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제일 짜증난다. 그래서 예전에는 한 번 갔을 때 여러 알 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의사들이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며 말을 잘 안 들어줬다. 요즘은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과목 전문의한테도 처방받을 수 있고 한 통에 10장, 12알씩 들어 있어 사정사정 안 해도 된다. 원래는 음경을 보여주고 피 뽑고, 음경에 띠 두르고 발기테스트 하고, 차갑고 끈적거리는 젤을 발라 초음파 검사도 해야 하니 아주 지랄 맞지만 아는 의사한테 비굴한 웃음을 지으면서 처방받아도 된다.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센스쟁이가 되니 이 한 몸 촛불 돼 기꺼이 마루타가 돼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예전에는 오리지널 발기부전치료제의 가격이 비싸고 강한 효과 때문에 약을 쪼개 먹거나 음성적으로 지하 세계에서 몰래 사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 나오는 제네릭은 약효가 거의 비슷한 데다 저용량이고 흡수율이 높고 효과가 빠르고 싸니까 굳이 짝퉁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고전적인 알약, 물 없이 녹여 먹는 필름형, 가루약(세립), 씹어 먹는 츄어블정 등 여러 가지인데 녹여 먹는 건 여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슬쩍 먹을 수 있어 자존심까지 챙기기 딱 좋다. 아내는 모른 척 야리야리한 란제리 입고 손 깨끗이 씻고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www.sexeducation.co.kr)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0호(12.10.31~11.06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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