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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구릉에 발달해 있는 초원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토스카나의 자연.<사진제공=이탈리아정부관광청(E.N.I.T)> |
와인 애호가가 늘어나고 자연친화적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이너리로 떠나는 여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을 비롯해 프랑스 보르도, 칠레 마이포 밸리, 미국 캘리포니아의 내퍼와 소노마, 캐나다의 오카나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텔렌보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에는 포도밭과 함께 와인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주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상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주도는 피렌체이며, 역사적으로는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에트루리아 문명은 기원전 7세기에 로마에 왕조를 세울 정도로 번성했으나 로마제국과의 수십 년에 걸친 전쟁 끝에 패배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토스카나는 베르디 이후 이탈리아 최대 오페라 작곡가로 불리는 음악가 푸치니와 동화 '피노키오' 고향이자 시각장애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든 이탈리아의 천재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를 배출해낸 곳이다. 또한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토스카나는 올리브 오일의 산지일 뿐만 아니라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어 가장 이탈리아다운 곳으로 평가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와인 산지의 양대 산맥, 토스카나
토스카나에는 우리가 늘 꿈꿔오는 열정과 낭만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있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이탈리아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올리브 나무의 초록빛 잎들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고 붉은 대지 위로는 포도밭의 완만한 구릉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펼쳐진 포도밭과 와인 양조장 안에서 수십 년간 저장된 오크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꽉 차게 만들어준다.
피에몬테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산지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토스카나는 피렌체, 피사, 루카, 시에나, 몬탈치노 등 어디를 가나 고색창연한 역사의 흔적이 널려 있는 예술의 마을이 즐비하다. 300~400m 정도 산등성이에 중세 시대에 지은 성채와 집이 줄지어 서 있고 나지막한 구릉에 발달해 있는 초원과 포도원, 산 구릉 위엔 올리브 나무며, 사이프러스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다. 사이프러스는 양방간에 싸움이 잦았던 도시국가 시절 이들 성채와 마을들을 은폐시키는 좋은 방패였으나, 지금은 조경수로서 또는 토스카나의 상징물로서 우리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고 있다.
토스카나 와인을 대표하는 키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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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토스카나의 와이너리 |
역사의 땅, 이탈리아 반도의 중심에 있는 언덕들은, 충분한 햇빛과 적당한 기온 덕분에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기에 좋은 자연 조건이 있다. 그러나 과거에 이곳의 와인 제조 방법은 매우 조잡했다. 이곳 사람들은 포도를 다량 생산하는 풍습과 과학적 기술을 경시하는 습관 때문에 훌륭한 지형적 잠재력을 낭비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탈리아의 중부는, 키안티, 브루넬로 등 우수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토스카나 지방을 중심으로 하여 이탈리아 와인 생산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토스카나는 짚으로 싼 아름다운 병으로 유명한 '키안티'의 생산지역이다. 키안티는 1716년 메디치가의 대공작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도를 가꿔 와인을 양조한 곳으로 공식 선언된 지역이기도 하다.
토스카나 와인은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어서 즐거움을 더해준다. 에트루리아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토스카나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포도주를 만들어 온 역사와 전통을 오늘날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키안티, 키안티 클라시코, 몬탈치노, 산 지미냐노, 몬테풀치아노 등도 좋지만 전혀 새로운 블렌딩 방식으로 만든 슈퍼 투스칸 와인들과 볼게리 DOC 와인은 자신들의 선조처럼 파이어니아적 마인드로 만들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을 도입하여 이탈리아 특성과 결합시켜 만든 '슈퍼 토스카나'는 초기엔 IGT급이란 불명예스러운 등급으로 판매하였으나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DOCG급을 누르고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클라시코의 산지오베제로 만든 전통적 레드와인
키안티가 생산되는 지역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토스카나 중앙의 넓은 지역을 포함하는 8곳과 그 인접 지역이다. 대부분의 키안티는 숙성에 따라 점점 고급화되지만 일부 키안티는 신선하고 부드러우며 마시기에 적합한 와인이다.
키안티는 세분화된 지역으로 구별되는데, 그 중에서 유명한 것은 클라시코로서, 이곳 생산자 조합은 검은 수탉을 그 상징물로 한다. 다른 개인 소유지들도 눈에 띄는 표식을 통하여 포도밭의 이름을 강조하고 있다.
키안티와 토스카나의 전통적 레드와인의 공통점은, 와인을 만드는 주요 포도 품종이 산지오베제라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여러 품종이 혼합되어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이탈리아와 세계에서 훌륭한 포도종으로 평가되는 산지오베제를 사용한다. 좋은 빈티지로 만든 순수한 산지오베제 와인들은 보디가 풍부하고 향이 복잡하며 진한 홍색을 띠며, 처음부터 부드럽고 원숙한 맛이 난다. 이 와인들은 잘 숙성된 토스카나의 레드 와인을 고유한 향을 개발하기 위하여 몇 년 동안 숙성시켜 탄생된다.
키안티 와인로드, 시에나
토스카나 그곳엔 예술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인 도시 피사, 피렌체, 시에나가 있다. 시에나는 중세시대에 지역 은행들의 돈놀이로 세를 키워 그 조그마한 덩치로 당당히 피렌체와 힘을 겨뤄 버텨낼 정도로 잘 나갔었던 토스카나 와인의 중심지다. 지금도 곳곳에 쉽게 눈에 띄는 은행들이 지난날의 명맥을 잇고 몇몇 거물급은 와이너리를 소유할 만큼 절대적인 힘을 자랑하고 있다.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이 오히려 세상에 더 알려진 볼거리와 도시의 규모가 큰 피렌체보다 끌림이 많다. 시에나를 방문한 사람들이 이탈리아의 여느 명소 못지않게 여행자가 많이 찾기로 소문난 시에나에는 토스카나 와인의 삼총사인 키안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 빌레 몬테풀치아노를 찾아가는 거점 도시로 완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위로는 피렌체까지 키안티 와인로드가 이어지고 아래로는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함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페코리노 치즈, 부르스케타, 발사미코, 프로슈토, 송로버섯, 화덕에서 갓 꺼낸 각종 바비큐와 구운 야채 등 감칠맛 나는 음식들은 세계의 미식가들을 유혹해 불러 모은다.
△가는 길=대한항공 및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네덜란드항공 등 유럽 국적기들이 유럽의 각 항공 국적 공항을 거쳐 로마까지 연결되며, 일본항공, 캐세이패시픽 등 아시아 국적기들도 로마까지 경유 편을 운항하고 있다.
[김효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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