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마체라타에서 홀로 차를 몰고 시내를 돌다가 흑인만 보이면 총구를 겨눈 현지 청년 루카 트라이니(28)의 변호인은 5일 이탈리아 언론에 이 같이 밝혔다.
3일 이탈리아 중부 마체라타에서 흑인들을 조준 사격해 나이지리아, 가나, 감비아, 말리 출신 난민 6명을 다치게 한 극우 청년 루카 트라이니 [AP=연합뉴스] |
트라이니의 변호를 맡은 잔카를로 줄리아넬리 변호사는 "마체라타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연대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라며 "루카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이탈리아 사회에)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라이니 사건은 이탈리아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빙산의 일각"이라며 "난민 관련 문제를 푸는 데 실패한 것은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ANSA통신에 "정치인들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파는 난민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좌파는 이 문제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체포되는 총격범 트라이니 [로이터=연합뉴스] |
트라이니는 마체라타에서 지난 주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18세 이탈리아 소녀 파멜라 마스트로피에트로를 살해한 용의자로 마약 밀매업자로 알려진 29세의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이 지목되자, 이에 대한 복수로 흑인만을 조준해 사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시즘과 나치즘 신봉자인 그는 작년 6월 열린 지방선거에 극우정당인 북부동맹(LN) 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이번 범행 직후 파시즘식 경례를 하고, 마스트로피에르토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 근처에 무솔리니에게 바치는 양초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트라이니는 경찰 조사에서 "라디오를 통해 파멜라 살해 용의자로 나이지리아인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하기 위해 난민들을 겨냥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외연을 확대할 목적으로 북부동맹에서 북부라는 수식어를 떼고 당명을 변경한 동맹당의 살비니 대표는 자신이 이끄는 당의 당원이 저지른 이번 범죄에 대해 "트라이니를 만난 기억이 없다. 다른 이들은 쏘는 사람은 누구라도 범죄자"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 사건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은 불법 이민자들로 이탈리아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음 달 4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동맹당 등과 손잡고 우파연합을 결성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난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회적 폭탄"이라며 집권 시 60만 명의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집권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침착함과 책임감을 갖자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한편, 이탈리아 법원은 이날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마스트로피에트로의 살해 용의자인 나이지리아 난민의 구속을 연장하면서, 그에게 살인 혐의 대신 범행 은폐와 시신 훼손 혐의만을 적용했다.
ANSA통신에 따르면 법원은 이노선트 오세갈레로라는 이름의 이 나이지리아 마약 밀매업자가 소녀를 직접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소녀가 약물을 과다 복용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아울러 또 다른 나이지리아 남성을 붙잡아 이 소녀에게 마약을 판매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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