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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극우청년 난민 총격사건에 들끓는 이탈리아…정치권 '네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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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난민은 사회적 폭탄" vs 중도좌파 "증오 부추긴 극우정당 탓"

정치권, 반난민 정서 고조 속 내달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흑인들을 겨냥한 파시즘 추종 극우 청년의 총격 사건 이후 이탈리아가 들끓고 있다. 총선을 1개월 앞두고 터진 이번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정치권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서로 상대방에 있다며 공방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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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탈리아 중부 마체라타에서 이민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 루카 트라이니. [EPA=연합뉴스]



난민에 반대하는 진영은 집권 민주당이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난민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며 난민들이 시한 폭탄으로 변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중도좌파 진영은 극우정당이 난민에 대한 증오로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맞받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마체라타에서 현지 청년 루카 트라이니(28)가 홀로 차를 타고 시내를 돌다가 흑인이 보이면 총구를 겨눠 아프리카인 6명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60만명의 난민은 폭발 위험을 안고 있는 사회적 폭탄"이라고 주장하며, 난민 대량 유입을 막지 못한 집권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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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니는 마체라타에서 지난 주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18세 이탈리아 소녀 파멜라 마스트로피에트로를 살해한 용의자로 마약 밀매업자로 알려진 29세의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이 지목되자, 이에 대한 복수로 흑인만을 조준해 사격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극우 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사건 직후 트라이니가 작년 지방 선거에서 동맹당의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으로 확인되며 도마 위에 올랐으나 "통제되지 않은 난민 정책이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집권당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난민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집권 시 첫해에 15만 명의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좌파 진영의 정치인들은 살비니 동맹당 대표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위험한 증오심을 부추긴 것이 비극을 초래했다고 응수했다.

좌파 정당 자유평등당(LEU) 소속의 라우라 볼드리니 하원의장은 "살비니는 이탈리아에 두려움과 혼란을 심었으며,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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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AFP=연합뉴스]



집권 민주당 대표인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난민을 사회적 폭탄이라고 말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각을 세웠다.

렌치 전 총리는 "이탈리아로의 난민 유입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2003년 체결된 더블린 조약, 나머지 하나는 리비아 내전"이라며 "두 가지 모두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이던 시절 이뤄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블린 조약은 유럽에 유입된 난민들이 첫발을 디딘 국가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난민 도착지 국가들이 큰 부담을 떠안아 왔다.

내달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살비니 대표 등이 손을 잡고 결성한 우파연합과 최다 의석을 놓고 다투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역시 "건망증이 심한 베를루스코니는 '사회적 폭탄'을 초래한 장본인이 자기 자신임을 까먹었다"고 말하며 공방에 가세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5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트라이니의 행동은 미친 짓"이라며 "오직 정신 이상자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정치적 요소도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탈리아인들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 (이방인을)환대한다"며 "(외국인에 대한)전반적인 증오 기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체라타의 젊은이처럼 일부 정신나간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이번 총격 사건이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범인이 극우 동맹당 당원으로 확인됨에 따라 살비니 동맹당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일각에서 일고 있고, 이탈리아가 총격 사건이 극히 드문 나라라는 점에서 극우파가 저지른 이번 사건이 극우정당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이번 일이 이탈리아가 직면한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선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실제 투표에서는 반난민 정당이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2014년 이래 60만명이 넘는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입국했으며, 이 중 현재 20만명이 난민센터 등에 머물며 망명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총선이 실시된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난민 문제가 이탈리아가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는 응답은 조사 대상의 4%로 미미했으나, 작년 조사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36%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 극우정당 동맹당은 2013년 총선에서는 4.1%의 득표에 그쳤으나, 현재는 지지율이 14%대로 치솟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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