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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매직은 현재진행형…신화 만들고 떠난 히딩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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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왼쪽) 전 대표팀 코치와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25일 서울 상암동월드컵 구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with TEAM 박지성” 경기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거스 히딩크(72)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전설이 됐다. 대중이 히딩크를 ‘위인’ 수준으로 기억하는 건 그가 아름답게 떠났기 때문이었다. ‘박항서 매직’은 다르다. 박항서(58)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박 감독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베트남에서 그는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 감독 행보에 관심이 많다. TV 뉴스, 신문에 그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포털 기사에도 댓글이 빠르게 쌓인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박 감독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응원했다. 박 감독의 아내, 어머니, 스승 이야기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보좌했던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기도 한다.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한국이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던 것처럼 베트남도 전에 없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외국인 감독으로 제2의 조국에 큰 선물을 안겼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현재 상황은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박 감독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히딩크에게는 월드컵이 마지막 무대였다. 그는 박수받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해피엔딩의 주인공이었다. 박 감독은 다르다.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과 2020년 초까지 계약했다.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그 사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3월에 아시안컵 예선의 남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과제는 선수 파악이다. 박 감독은 U-23 대표팀뿐 아니라 A대표팀까지 이끈다. 지금까지 U-23 챔피언십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베트남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야 한다. 8월에는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준우승 신화의 주축들이 나서는 대회다. 베트남 팬들은 다시 한 번 기적을 기대할 게 분명하다. 여기까지 좋은 흐름을 탄 후 11월 동남아시아 스즈키컵에 돌입해야 한다. 베트남축구협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회다. 오히려 아시안게임보다는 스즈키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태국 같은 라이벌 국가와 경쟁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지금 베트남은 박 감독에 열광하고 있다. 지금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한 번 눈이 높아지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박 감독에게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박 감독이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대표팀을 향한 기대가 더 커질 텐데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좋지만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담은 있지만 전망은 밝다. 챔피언십 준우승 멤버들은 베트남에서 황금 세대로 불린다. 베트남축구협회가 집중적으로 육성한 연령대로 현지에서는 A대표팀보다 더 유명하고 인기가 많다. 실력도 탁월하다. 이번 대회 성과가 근거다.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발전하면 베트남은 더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역사를 만들지 알 수 없다. ‘박항서 매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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